KPI뉴스 - 이재명 차별화 본격화…김부겸과 재난지원금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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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차별화 본격화…김부겸과 재난지원금 정면충돌

허범구 기자
기사승인 : 2021-11-03 10:47:00
金 총리 "당장 여력 없다…주머니 뒤지면 돈 나오나"
李 "국가부채 비정상적으로 낮아"…당정갈등 표면화
송영길 "이재명표 민생국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성장으로 전환, 대대적 주택공급…집권주류와 배치
"문 대통령 지지율 높아 차별화 제한적" 전망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인 차별화 행보에 나섰다. 중도층 등 '산토끼'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 후보 지지율은 30% 박스권에 갇혀 장기간 정체 상태다. 돌파구가 절실하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차별화 방향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를 소환했다. 또 부동산 문제에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와 다른 '이재명 정부'를 앞세웠다.

대표적으로 분배 중심에서 '성장 회복'으로 정책 기조 전환을 예고했다. 현 정부가 출범 초 고수했던 '소득주도 성장'과는 배치되는 길이다. 중도·보수층을 향한 구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운데)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뉴시스] 

이 후보의 차별화는 현 정부와의 정책 갈등을 예고한다. 상황에 따라선 집권 세력 핵심인 친문 주류,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긴장 관계도 점쳐진다.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이 충돌하는 시나리오다.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돼온 현상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는 일종의 테스트용이다. 이 후보는 1인당 30만~50만원의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이고 있다. 5000만 국민에게 주려면 15조~25조원이 든다.

올해 연말까지 초과 세수는 10조~1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과 세수와 관련해 "일부는 채무 상환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누구 손을 들어줘야할 지 딜레마에 빠졌다.

이 후보는 "한다면 한다"는 '돌격 스타일' 상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재난지원금 전선은 향후 차별화 강도를 가늠하는 시험대일 수 있다.

정부는 일단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당장 재정은 여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예산이 두 달이면 집행이 끝난다"는 이유에서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다.

김 총리는 "1년 반 이상 피해가 누적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 손실보상법으로 도와드릴 수 없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정부로서는 이분들을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나"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전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재난지원금 추가지급 문제를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작심한듯 "가계부채비율 높아졌지만 국가부채비율은 전세계 가장 낮은 상태로 비정상 상황"이라며 "가계 지원에 적정수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 추가지급을 놓고 정부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비친다.

송영길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가) 이재명표 민생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연설에서 요구한 '대선후보의 국회 주도권'을 뒷받침하겠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정부 정책 방향에서 벗어난다. 이 후보는 "당정과 협의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대적 공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규제 강화를 통한 수요 억제가 골자다. 원내 친문 그룹은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운데)가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당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CBS라디오에서 "저쪽(문 정부)에서는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투기세력 등 수요를 억제하는 쪽으로 가는 게 전통적인 정책이었는데, 뒤집어 '공급을 쏟아내겠다'고 해서 보수 프레임으로 넘어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정책도 흔들리는 조짐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기본 250만원을 공제하고 그 이상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 20%를 메길 방침이다. 당정 합의를 통한 관련 법안 통과가 이미 끝난 상태다.

그러나 이 후보측이 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대선 공약에 반영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여당에서 '유예'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민주당은 '과세 유예론'을 연일 띄우며 세제 당국을 향해 "무소불위 아집"이라고 압박중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차별화 행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고공비행중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에선 보기 힘든 현상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뜨는 권력'인 여당 대선후보가 '지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전방위 차별화로 일관하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성 싶다"며 "문 대통령을 강력 지지하는 팬덤이 있는 한 이 후보가 차별화 수위를 조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 권리당원 중에는 친문 강성 지지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문 대통령과 대립하면 지지층 이탈 가능성이 있다. '산토끼'를 잡겠다고 '집토끼'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한길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37.7%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때는 40.7%였다.

이 후보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를 병행하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 1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주문했다. 오는 6일 검찰·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언개혁은 국민적 반감이 커서 청와대가 제동을 건 사안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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