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준만의 직설] '욕망'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건 진보가 아니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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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욕망'을 부정하고 비난하는 건 진보가 아니라 위선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4-28 12:02:50
부동산정책 실패는 '욕망 없는 시민' 전제가 원인
욕망은 관리의 대상이지 제거의 대상 아냐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년 4월 9일에 치러진 제18대 총선 결과는 진보 진영엔 엄청난 충격이었다. 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153석)·자유선진당(18석)·친박연대(14석)·친여 무소속(18석) 당선자를 합치면 18대 국회의 '보수 블록'은 200석을 넘었으니 말이다.

이런 결과에 실망하고 좌절한 일부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의 텃밭이 된 수도권의 유권자들을 원망했다. 진보 진영의 지배적인 해석도 수도권 유권자들이 뉴타운과 특목고로 상징되는 '욕망의 정치'에 투항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욕망이나 탐욕을 비난하는 건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사실과도 맞지 않았다. 유권자들에게 욕망이나 탐욕이 언제 없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건 늘 있었던 것이다. 유권자의 보수화·우경화를 지적한 것도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일 뿐이었다.

이건 좌우(左右)의 문제가 아니었다. 진보-보수의 문제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당시 유권자들의 좌절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국민 뜯어먹는 집단이다"라는 수준까지 나아갔다는 점이었다. 46%라는 사상 최저의 낮은 투표율도 바로 그런 정서의 결과였다.

역사는 돌고 도는가.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 기간 중 민주당과 여권 일각에서 불리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 또다시 유권자들의 '욕망'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말들이 나왔으니 말이다. 여권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욕망을 멀리 하는 삶을 산다면 또 모르겠는데, 야권 사람들과 별 차이 없는 삶을 살면서 그러니 어이가 없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의 와중에서 그런 이중성이 들통날만큼 들통났으면 이젠 좀 다른 자세를 취할 때도 되었건만 그렇게 하질 않으니 한번 길들여진 버릇이 참 무서운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진짜 문제는 그들의 그런 이중성보다는 그런 이중성을 정책에서도 그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7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세입자 보호를 명분 삼아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그 대표적 예다.

부동산 관련 법을 새로 만들려면 일단 '욕망에 불타는 시민'을 전제로 삼아야만 한다. 그래야 실제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역효과'를 예방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건 대단한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식 중의 상식이 아닌가.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수많은 세입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 주었으며, 내내 잘했다고 버티다가 패배가 예상된 4.7 재보궐 선거 기간 중 잘못했다고 비는 척 하는 쇼를 벌이기에 이르렀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글의 목적은 민주당 비판이 아니다. 사적으론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공적으론 욕망을 부정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게 마치 무슨 '진보의 법칙'이나 되는 것처럼 고수하는 버릇이나 관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제안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 이중성을 두드러지게 실천한 나머지 '위선자'라는 몰매를 맞은 진보 인사들이 끝도 없이 나오는 걸 지켜 봤거니와 정책의 실패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으면 이젠 좀 발상의 전환을 해볼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나는 모든 법과 규칙은 '욕망에 불타는 시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권들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욕망이 없는 시민'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권의 고위급 인사들 상당수가 사적으론 위법의 소지가 다분한 탐욕으로 자기 주머니를 챙기는 짓을 해왔기 때문에 '위선자'를 넘어서 '나라를 망가뜨린 자들'이라는 비난까지 받는 것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내로남불이다. 나의 욕망은 아름답지만 너의 욕망은 추악하다는 이중기준을 버려야 한다. 욕망은 관리의 대상이지 제거의 대상이 아니다. 진보파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동력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한 맺힌 집단적 욕망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로남불형 위선이야말로 우리가 제거해야 할 악덕이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욕망 실현의 방법론 문제에서 나타나야 하는 것이지, 욕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위선이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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