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박원순 피해자 "많은 분들의 위로와 응원에서 희망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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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많은 분들의 위로와 응원에서 희망 느껴"

권라영
기사승인 : 2020-10-15 17:55:49
"신상에 관한 불안으로 거주지 옮겨…정의 실현 지켜보고파"
김지은 "비슷한 일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연대·지지 전한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288개 단체 참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저를 위해 모아 주시는 마음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 성폭력 철폐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계단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피해자의 발언이 대독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의전화 등 전국 288개 단체가 참여하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2차 가해 대응 △지방자치단체 권력 견제 및 성평등 민주주의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을 목표로 한다.

피해자는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법적 절차들의 상실과 그로 인한 진상규명의 어려움, 갈수록 잔인해지는 2차 피해의 환경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을 느끼며 절망하다가도 저를 위해 모아 주시는 마음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저의 신상에 관한 불안과 위협 속에서 거주지를 옮겨 지내고 있다"면서 "거주지를 옮겨도 멈추지 않는 2차 가해 속에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평범했던 일상과 안전, 심신의 건강과 가족의 행복, 꿈꾸는 미래. 당연한 것 같았지만 제 손에서 멀어진 많은 것을 바라보며 허망함을 느끼고 좌절하기도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함께 해주시는 분들의 마음과 그를 통해 앞으로 바뀌게 될 많은 일을 벅찬 가슴으로 기대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러나 또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분들께서 함께 모여 저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시고, 나아가 저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워주시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머물러 있지 않다는 희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끔찍한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대한 울림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 반대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정, 정의, 평화, 인권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는 "100일, 저에게는 너무나 길고 괴로운 시간이었다"면서 "사건을 둘러싼 많은 의혹과 괴로운 과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서 진실을 규명하고 우리 사회가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반드시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김지은 씨도 목소리를 보탰다. 김 씨는 "피해자분께서 겪고 계시는 현실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반복해 보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면서 "노동자로서의 일상에 대한 보호, 사실에 대한 엄정한 판단, 2차 가해자들에 대한 비판과 연대자에 대한 지지는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형 성범죄는 폐쇄적인 조직 구조와 노동권의 문제, 권력 남용, 성차별 등이 만들어낸 사회문제"라면서 "어느 직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나의 가족, 나의 동료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그 고통의 깊이를 제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앞서 비슷한 일을 겪은 한 사람으로서 굳건한 연대와 변함없는 지지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하루하루 버티고 또 버텨내셔서 내년 가을에는 일상의 햇볕을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고 말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관리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실태는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관리자들이 아직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수적으로 훨씬 우세하고, 관리책임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들 한편이 되고 싶은 그 마음은 알겠으나 이제 그만 바뀔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 관리자들은 진정 조직이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성희롱, 성추행 등에 강력하게 대처하여 유사 사례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지금이라도 서둘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성명문을 통해 "피해자들은 감내하고 침묵해 왔던 고통을 용기 내서 말하고, 다시는 누구도 그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피해자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이 현실을 똑바로 응시하고 여기에서 시작해 이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선언한다"면서 시민들의 더 많은 연대와 참여를 요청했다.

K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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