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북한의 첫 모내기와 '1·2·3 보도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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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첫 모내기와 '1·2·3 보도공식'

김당
기사승인 : 2020-05-11 16:36:46
[평양 톺아보기] 6. 평원군 원화리서 첫 모내기 한 사연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사회주의 수호전"
'모내기 전투' 끝나면 '김매기 전투' 거쳐 '알곡고지 점령'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에서 10일 첫 모내기가 진행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1면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에서 지난 10일 첫 모내기가 진행됐다고 11일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스트레이트 보도뿐만이 아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모내기를 제철에 질적으로 끝내어 올해 알곡고지 점령의 돌파구를 열어 제끼자'는 제목의 사설을 1면에 싣고 "당 창건 75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인 농업전선에서 풍요한 가을을 안아오는 데 적극 이바지하자"고 주창했다.

 

남한에서는 산업의 고도화와 농업 인구의 감소로 첫 모내기 소식이 지면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이처럼 북한에서는 여전히 모내기 소식을 1면에 배치할 만큼 비중 있는 뉴스로 다뤄진다. 그만큼 식량 사정이 절박한 탓도 있다.

 

첫 모내기 장소가 '영광의 땅'인 까닭

 

노동신문은 이날 '주타격 전방인 농업전선에서 들어온 소식'이라며 '영광의 땅에서 첫 모내기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모내기 소식을 보도했다.

 

이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으로 농업전선을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곳이 '영광의 땅'인 까닭은 1952년 5월 10일 당시 전시(戰時)임에도 김일성 수상이 이곳을 찾아 농민들과 함께 포전(논밭)에 볍씨를 파종했기 때문이다.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오늘'도 이날 "이곳 농업근로자들은 김일성 동지께서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원화리 농민들과 함께 씨앗을 뿌리신 농산제1작업반 포전에서 올해의 첫 모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연이 있기에 신문이 "도당 책임일군을 비롯한 도와 군의 일군들과 농장원들이 한데 어울려 정성껏 모를 냈다"며 "수령님(김일성)의 체취가 지금도 역력한 사연 깊은 포전에서 농장일군들과 농장원들은 당 창건 75돌을 맞는 뜻깊은 올해를 높은 알곡 생산성과로 빛내일 불타는 일념을 안고 10일 첫 모내기를 진행하였다"고 보도한 것이다.

 

▲ 쌀농사의 생산을 독려하는 북한의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캡처]


신문은 사설에서 "모내기는 한해 농사의 운명을 좌우하고 시기를 다투는 가장 중요한 영농공정이다"라고 전제하고 "올해 알곡 생산목표를 수행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모내기를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면돌파 전략의 성사 여부는 주타격 전방인 농업전선에서 이미 이룩한 다수확 성과를 얼마나 공고히 하고 확대해 나가는가 하는데 크게 달려있다"면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는 농사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원칙에서 모내기에 필요한 노력과 설비, 물자보장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순천인비료공장 방문…'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자!'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일 "정면돌파전의 첫 승전포성을 울린" 순천인비료공장을 방문해 준공테이프를 끊은 이후 북한에서는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필요한 노력과 설비, 물자보장 대책이 모내기에 동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력공업 부문에서는 모내기 전기간 농촌에 요구되는 전력을 무조건 보장"해야 하고, "화학공업과 기계공업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는 화학비료와 농기계 부속품 등 영농물자를 더 많이 생산하여 제때에 보내주어야" 하고, "철도운수 부문에서는 영농물자를 집중적으로, 우선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

 

선전선동 부문 일꾼들도 예외는 아니다. '쌀로써 우리 혁명을 보위하자!', '쌀로써 사회주의를 지키자!' 같은 '신념의 구호'를 높이 들고 농업 근로자들이 모내기 현장에서 애국적 헌신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선전선동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고 포전 선동, 기동예술선동대 활동을 비롯한 선전선동 활동을 모내기 현장에서 참신하게 진행하여 모든 협동벌이 부글부글 끓어 번지게 하여야 한다."

 

이처럼 "우리 당이 펼치는 모든 구상과 작전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위대한 수령님들의 염원을 받들어 인민들에게 하루빨리 세상에 부럼 없는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으로 일관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령님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은 물론, 대(代)를 이은 김정은까지를 지칭한다.

 

북한 관영매체의 '1·2·3 보도공식'

 

▲ 지난 9일 평북 정주시 신천협동농장의 모판을 관리하는 농장원들의 뒤에 "쌀로써 우리 혁명을 보위하자"는 구호가 세워져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관영매체의 '1·2·3 보도공식'은 모내기 소식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일화를 소개할 때면 늘 김일성(1), 김정일(2), 김정은(3) 순으로 보도하는 공식이다. 이는 세 지도자의 노작을 전담 출판하는 노동당출판사의 출판물에서도 확인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노작의 PDF파일은 각각 leader1, leader2, leader3으로 분류돼 있다.

 

이날 노동신문은 '나라의 농업발전에 깊은 관심을 돌리시며' 제하의 기사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 지도자의 농업 사랑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김일성 주석이 1974년 5월 어느 날 한 농장을 지날 때 저녁 늦게까지 모내는 기계를 몰아가며 일하는 농장원들의 모습을 보곤 운전기사에게 차를 돌려세워 승용차 전조등을 논에 비쳐줘 모내기를 끝내게 했다는 일화다. 그때의 '사랑의 불빛'이 오늘도 농업근로자들의 가슴 마다에 어버이수령의 영원한 사랑으로 깊이 간직돼 있다는 것이다.

 

▲ 1971년 5월 12일 청산협동농장을 현지지도하는 생전의 김정일.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일은 1971년 5월 어느 날 '청산벌을 찾으신 날에' 동행한 일꾼들에게 "농촌 지원자들은 단순한 노력 지원자가 아니라 농촌에서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과업을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당의 혁명전사들이다"라고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일꾼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관점을 심각히 돌이켜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6년 12월 조선농업근로자동맹 제8차대회 참가자들에게 '믿음 어린 서한'을 보내 "농업전선은 사회주의 수호전의 전초선이며, 농사를 잘 지어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여야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고 사회주의강국을 성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사실 "농사를 잘 지어야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돈이 있으면 빵 사먹을 수 있다"는 것만큼이나 평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북한에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도 '백두혈통'의 입에서 나오면 어록이 되고, 그 "뜻깊은 서한은 오늘도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을 지켜선 농업근로자들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리며 그들 모두를 알곡 증산을 위한 투쟁에로 힘있게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문·단위의 노력동원은 '모내기 전투'로 끝나지 않는다. 6~7월이 되면 '이모작 모내기'와 함께 '김매기 전투'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야 가을에 '알곡고지 점령' 작전이 마무리된다.

 

김정은은 물론, 그의 선대 지도자들도 "쌀은 곧 사회주의다!"라며 식량 생산을 독려해 왔다. 그럼에도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 확보량은 여전히 연간 500만톤으로 식량 수요량의 90% 수준에 머물고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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