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가스요금의 이면③] 회의는 생략, 위원은 문외한…관리·감독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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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의 이면③] 회의는 생략, 위원은 문외한…관리·감독 사각지대

유충현 기자   한상진 기자   배지수 기자
기사승인 : 2026-06-08 14:47:26
도시가스 인입배관 비용 논란 국회의원 지적에
"대안 찾겠다"던 산업부, 2년반 지나도록 제자리
정책심의위, 물가대책위는 사업자 감시할 기구인데
서울·경기·인천·광주, 2020년 이후 한 번도 열지 않아

도시가스는 생활 필수품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떠받치는 공공 인프라다. 그런데 고지서 요금의 이면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KPI뉴스가 가스 요금이 어떻게 결정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했다.

"법에도 없는 분담금인데 지자체의 공급규정만으로 소비자가 사업자와 절반씩 부담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2023년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문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도시가스를 새로 연결할 때 내는 '인입배관' 공사비 얘기였다. 

 

인입배관은 도로변 공급관에서 소비자 토지 경계선까지 이어지는 배관이다.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상 사업자 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이 공사비의 절반을 소비자가 내는 지자체가 전국에 즐비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질의였다. 상위 법령에는 소비자 부담 근거가 없다. 방 전 장관은 "소상하게 파악해서 대안을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 도시가스 인입배관 공사비 소비자 부담 현황. [각 지자체 도시가스 공급규정 대조]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났다. 8일 KPI뉴스가 전국 17개 광역시도 도시가스 공급규정 원문을 직접 확인한 결과 달라진 점은 없었다. 경기·인천·강원·경북·대구·광주·충북·전북·전남과 경남 일부 가스사에서는 여전히 소비자가 인입배관 공사비의 절반을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서울·부산·대전·울산·세종·충남 등에서 '사업자 부담'을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문의하자 "지자체별 공급 여건이 상이하기 때문에 (사용자 분담금이) 유지되고 있다"며 "소비자 부담을 없애면 비용이 요금으로 전가돼 다른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교차 보조 문제가 생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분담금을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구조 자체가 맞느냐'고 물었는데, 어차피 다른 사용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식으로 슬쩍 바꿔치기한 답변이다. 결국 '소비자가 무조건 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도시가스 공급 규정은 시도지사 승인사항"이라는 답변만 반복할 뿐, 마땅한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도시가스사업법 제20조는 가스회사가 공급규정을 만들어 시도지사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인입배관 공사비를 부담시킬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나 부담을 지우려면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과 위배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지적하고, 산업부 장관이 "대안을 협의하겠다"고 했는데 뭔가 조치가 이뤄진 시늉도 없다. 산업부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국감 후속 조치를 확인했다. 담당자는 "자료를 못 찾겠다"며 "다른 직원들도 이것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담당자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 답변을 주겠다고 했지만 메일은 오지 않았다. 정식 절차를 밟아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담당자가 직접 밝힌 답변 기한이 지나도록 회신도 없었다.

 

▲ 지자체 도시가스 요금 심의위원회 위원 구성. [KPI뉴스의 자료요구에 부산시가 보내온 답변]  

 

도시가스 공급이 지속적인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방증이다. 관련법에 따라 가스회사는 매년 소매공급비용을 산정해 지자체에 신청한다. 이때 열리는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나 물가대책위원회의 정도가 사업자를 감시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 전국 각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서울·경기·인천·광주는 2020년 이후 한 번도 이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각 지자체는 '요금 인상률이 물가안정목표 미만이면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는 조례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편리한 감독체계다. 명시적인 '요금'만 그대로라면 다른 영역에 별다른 간섭을 받을 일이 없는 셈이다.

 

심의위가 열린다고 해도 그리 거창한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전라북도 소비자정책위원회는 2022년, 2023년, 2024년 3년 연속 같은 방식으로 심의를 마쳤다. 회의록을 보면 실무자 선에서 미리 안을 정해 왔다. 그러면 위원회에서 위원 한 명이 그것을 제안하고 나머지가 전원 동의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안건은 3년 내내 만장일치였다. 

 

심의가 열리더라도 실질적 검증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부산·경북·광주·울산·전북 등 주요 지자체의 심의위원 명단을 확인했다. 도의원, 법조인, 회계사, 언론인, 소비자단체, 노동단체 관계자가 대부분이었다. 도시가스 산업이나 에너지 규제를 전공한 위원은 찾기 어려웠다. 가스회사가 수백 페이지 분량의 원가 자료를 제출하면, 이 위원회가 검증하는 구조다.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현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시가스 회사가 대부분의 원가 자료와 투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심의위원회가 기업 제출 자료에 과도하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원 구성이 특정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이루어질 경우 규제기관이 규제 대상에 거꾸로 종속돼 버리는 '규제 포획'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유충현·한상진·배지수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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