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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최태원, 반도체 '슈퍼을' ASML 만난 의미와 성과는

김윤경
기사승인 : 2023-12-14 18:04:20
한국,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공급망 협력 강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ASML과 MOU 체결
미중 패권다툼 속 초격차 향한 장비 및 기술 선점 의미
ASML도 이득 많지만 양측 실질 성과는 지켜봐야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으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초격차 행보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네덜란드와의 공급망 동맹이 K-반도체 산업 발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 한국과 네덜란드 기업인들이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말튼 디르츠바거 NXP 최고전략책임자(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14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동맹'을 맺고 반도체 설계부터 소재·부품·장비, 제조를 연결하는 공급망 협력을 합의했다.

양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기업과 정부,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설 △핵심 품목의 공급망 회복력 증진을 위한 정부간 지식정보 교류 증진이 포함돼 있다. 정상 간 성명에 '반도체 동맹'을 명시한 것은 한국과 네덜란드 모두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SML과 협력 성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네덜란드 ASML을 찾아 반도체 협력을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덜란드의 ASML은 한국에 극자외선(EUV) 공동연구소 설립과 수소 친환경 공정 공동 개발에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ASML과 협약(MOU)을 맺고 약 1조 원을 공동 투자해 수도권에 'EUV 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연구소에서 차세대 노광 장비인 '하이 NA EUV'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로선 7나노(㎚) 이하 공정에 필요한 EUV 장비 접근성이 높아져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 MOU'를 체결했다. EUV 장비 내부의 광원 흡수 방지용 수소가스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함이다. EUV 한 대당 전력사용량 20%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미중 패권다툼 속에서 초격차 향한 공급망 확보 의미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은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확보는 기술개발과 생산 및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이유에서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글로벌 초격차 기술력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기업들로선 초격차 기술력만이 '을'의 지위를 '사실상 갑'으로 바꿀 무기이기 때문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은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해법이지만 초격차 기술 확보가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면 공급망 문제가 일부 해결될 수 있고 안정적 공급망 확보는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회장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가시화하던 지난해 6월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ASML의 주력은 반도체 노광이다. 노광 공정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생산과 비용면에서도 비중이 크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며 반도체 시장에서 '슈퍼을'의 지위를 갖추고 있다. EUV 장비는 1대당 최소 2000억 원에 달하는 고가지만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약 40대에 불과, 기업들간에 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로 올라서려면 TSMC를 넘어서는 장비 확보가 필요하고 EUV는 그 중심에 있다. 이재용 회장이 ASML을 수시로 방문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과 지난해 6월 직접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삼성전자는 이번 ASML과의 공동투자로 EUV 장비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로 연간 165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ASML도 이득 많아…실질 성과는 지켜봐야


ASML도 이득이 많다. ASML은 공동 연구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축적한 기술과 경쟁력을 공유할 수 있다.

고객 대상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로 확대할 가능성도 생겼다. ASML의 EUV 장비를 필요로 하는 곳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미세공정 칩을 양산하는 3곳으로 한정돼 있다. 7나노 이하 선단 공정 칩 양산 기업이 세 곳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협력해 EUV 장비로 메모리 생산 공정을 안정화하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다수 메모리 기업을 새로운 고객사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상황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삼성전자와 ASML이 20여 년간 반도체 협력을 이어온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앞으로 어떤 획기적 성과를 도출해 낼 것인가도 관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약이 아직 MOU 단계라 기업들이 협의와 계약을 어떻게 진행하는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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