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원전·반도체에 기회… 5~10년 안 종합국력 5위권 진입 가능"
미국·이란 휴전이 자칫 깨질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소리를 치지만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 불확실성에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한국이 마주한 선택의 무게는 가중되고 있다.
이런 격변 속에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왕선택 서강대 대우교수는 "지금 중동 정세는 종전을 향한 협상이 진행 중인 국면"이라며 "트럼프 특유의 좌충우돌 양상을 보이지만 큰 흐름은 종전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선 "흔들리는 질서 속에서 오히려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왕 교수는 진단했다.
왕 교수는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출신으로 외교·안보 분야 대표적 분석가다. 단기 사건보다 패권 구조와 지정학적 지각변동에 초점을 맞추는 거시적 분석을 꾸준히 제시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재명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실 자문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왕 교수는 6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 3자 콜라보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중동 전쟁 이후 재편되는 세계 질서와 한국의 지정학을 분석하고 전략적 선택을 제시했다.
"이란은 버티면 이긴다"
왕 교수는 미·이란 전쟁의 본질을 "패권국이 일반국가를 순치(馴致)시키려는 비대칭 전쟁"으로 규정했다. "패권국 입장에서는 이란의 복종을 받아내야 승리하지만, 이란은 순치당하지 않으면 이기는 게임"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는 사실상 전쟁이 끝났다고 하면서도 이겼다고는 말하지 못한다"며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오히려 강력한 권력 기반을 다시 회복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동결됐던 이란 자금 100조원대가 풀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가 재건과 권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패권국과 일반국가'의 진퇴양난
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춘추전국시대보다 더한 진퇴양난"으로 진단했다. 빨리 끝내려 해도 승전의 구색이 갖춰지지 않고, 이란은 죽지만 않으면 이기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스라엘 변수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국가 차원의 전쟁인지, 네타냐후 총리 개인의 전쟁인지부터 구분해야 한다"며 "네타냐후는 본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전쟁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협상이 이틀 만에 중단된 것도 "트럼프 특유의 협상 압박 장치"의 연장선상으로 봤다.
"5월 14·15일 미중정상회담이 분수령"
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과 종전 협상의 변곡점으로 5월 14·15일 미중정상회담을 지목했다. "미중정상회담은 95% 열릴 것"이라며 "트럼프 입장에서는 어정쩡하게 협상한 채 회담에 임하면 매우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60일 시한(5월 1일)도 큰 압박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협력·경쟁·충돌 3개 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며 "본 게임에서 상호 공존의 룰을 세팅하는 원칙적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은 미들급 챔피언, 미국은 헤비급 챔피언"이라며 "G2라는 단어는 양국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에 열린 기회의 창"…전화위복의 시간
왕 교수가 한국의 위상에 대해 꺼낸 키워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었다. "트럼프식 외교로 미국과 동맹국이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그 가운데 분명한 허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첨단·전략 산업에서 외국에 봉쇄해 온 시장이 불규칙한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며 "조선·원전·알래스카 LNG·반도체·AI 전력인프라·태양광 등에서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영역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끊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공급 공백을 한국이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글로벌 8위까지 올라온 점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는 평가다. 왕 교수는 "총력 단결한다면 5~10년 안에 한국이 종합국력 세계 5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산술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한미관계, 신호는 있되 해석은 신중하게"
북한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은 이란 사례를 보며 핵 보유의 정당성을 더욱 확신했을 것"이라며 "북한 여자축구단 방문은 반가운 신호지만 남북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재명 정부 사이 외교 코드가 아직 맞춰지지 않은 상태"라며 "쿠팡 사례처럼 행정 사안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면 본질이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흔들릴수록 필요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준비"
지금 세계 질서는 미·이란 전쟁, 미·중 패권 경쟁, 트럼프식 동맹 압박이 동시에 작동해 방향을 잡기 어려운 국면이다. 그러나 왕 교수는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한 나라의 전략적 본질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지정학은 단기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흔들리는 구간에서 누가 얼마나 준비했느냐가 결과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왕 교수는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최대화한다면, 위기는 분명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질서가 재편되는 구간일수록 원칙과 준비를 갖춘 나라가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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