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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콘텐츠, 벌써 이 정도?…AI 법·규정은 여전히 과제

김윤경 IT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5-07-01 17:49:08
AI 기술로 드라마와 영화도 만드는 시대
고품질 구현하고 경제적으로도 혁신성 입증
법·규정 개선 목소리 "우리 콘텐츠도 못 써"
멀고 먼 TDM 면책 규정 도입…성과 못 내

AI(인공지능) 기술로 고품질 드라마와 영화까지 만들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과 정책은 여전히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AI 기술 활용에 필요한 법과 규정이 명확치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한국이 글로벌 AI 콘텐츠 강국이 되려면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CJ ENM의 AI 애니메이션 '캣 비기(Cat Biggie)' 포스터 [CJ ENM 제공]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제작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숏폼(짧은) 광고 및 드라마부터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은 가속화하는 추세다.

KT는 이달부터 KT스튜디오지니에 마련한 AI 스튜디오 랩을 통해 AI 숏폼 드라마 제작을 본격화한다. CJ ENM도 100% AI 기술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캣 비기(Cat Biggie)'를 이달 중 유튜브 채널로 공개하고 연말에는 AI 장편 영화 '아파트(가제)'와 AI 시리즈 드라마 '레전드(Legend, 가제)'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AI 활용 성과는 고무적이다. 콘텐츠 품질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혁신성을 입증했다. 

 

KT스튜디오지니가 유튜브에 게재한 '신병3' 숏폼은 장편 드라마를 2~3분 분량으로 압축하는데 AI를 활용했다. 120분 영상을 분석하고 잘라내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AI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시간이다.

CJ ENM이 공개한 AI 애니와 영화 프리퀄(선행) 영상은 캐릭터들의 역동적 움직임과 표정, 배경을 실사처럼 구현한다. 20~30명이 1년 이상 작업해야 가능했던 캣 비기는 AI 기술 덕에 영상 제작 전문가 6명이 5개월만에 완성했다.
 

▲ KT스튜디오지니가 AI 기술로 제작한 '신병3' 숏폼 영상.[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AI 콘텐츠 제작이 법과 규정에 막혀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AI 학습과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마이닝(패턴 추출 및 발견) 작업부터 벽에 부딪힌다. 저작권 규정에 TDM(텍스트 & 데이터 마이닝)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콘텐츠 전문가들은 저작권에 TDM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세계적인 AI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AI 학습을 위해 일정 조건 하에 데이터의 복제·전송 등을 허용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CJ ENM 백현정 AI 프로덕션&비즈니스 팀장은 전날 서울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진행한 '컬처 토크'에서 "저작권법 테두리 안에서 AI 콘텐츠 창작을 시도하고 있는데 현행 규정상 우리가 제작한 영상도 함부로 학습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법무법인 세종 임상혁 변호사는 "TDM 규정이 만들어져도 제작 환경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현행 저작권법은 콘텐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DM 면책 규정, 수차례 도입 시도에도 성과 못 내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현장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TDM 면책 규정 도입 시도는 국회 문턱조차 못 넘었다. 저작권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글로벌 선진국에서도 논의만 무성할 뿐 명확한 답은 나와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21대 국회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이인영 의원 등이 TDM 면책규정을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에서도 공익 목적의 TDM에 한해 면책을 허용하는 법안이 민주당 김태선 의원 대표발의로 나왔으나 주목할 성과를 못 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도 연구 단계다. 지난해 말 '인공지능-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통해 'AI 저작권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발간하고 현재는 제한된 범위에서 TDM 면책규정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문화청 주도로 AI와 저작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논의나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비영리 목적의 접근만 허용한 상황. 2021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AI 개발자들이 합법적 접근을 전제로 컴퓨팅 데이터 분석에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AI 저작권에 대한 정책 재설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공공협의 절차를 진행했다. 미국은 연방저작권법 제107조에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 규정을 두고 있으나 명확한 기준 부재로 다수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돼 있다.

그나마 지난달 26일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메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새 국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법원은 미 유명 작가 13명이 '메타가 생성형 AI 모델 라마 개발 과정에서 수백만 권의 도서와 콘텐츠를 무단 사용했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AI 학습 방식이 합법은 아니지만 침해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김현숙 디지털 지식재산연구소 소장은 이날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TDM 면책 규정 마련은 찬반 양론이 모두 거세다"며 "서둘러 법을 만들었는데 비영리만 허용하고 영리 목적을 불허하면 현장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느 나라도 명확한 해법을 못 내놓았다"면서 "현장에서는 답답하겠지만 저작권법은 서둘러서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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