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30분만 검색해도 '깡통전세 우수수'…'전세 재난'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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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 검색해도 '깡통전세 우수수'…'전세 재난'은 현재진행형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4-04-23 17:29:10
포털에 '전세가율 80% 이상' 매물 넘쳐…보증금 미반환 우려
1분기 아파트 전세계약 20%가 '깡통전세'…전년比 6%p 증가
전문가들 "전세대출 보증금 하향 등 제도적 예방책 논의해야"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사회 전반에 생채기를 남겼지만 위태로운 시장 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근본 원인인 '깡통전세' 문제가 방치돼 있어 언제든 추가적인 임차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PI뉴스가 23일 대표적인 부동산 매물 플랫폼 '네이버부동산'에서 서울 지역 매물을 찾아보니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전세가율과 매매가 수준이 비슷한 깡통전세 물건이 쏟아졌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의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매매가격의 8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깡통전세가 반드시 전세사기 피해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리스크는 크다. 재작년처럼 전셋값이 급락할 경우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사기 예방법' 안내 페이지를 보면 첫째로 '깡통전세'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 23일 포털사이트 부동산 매물 페이지에서 찾아낸 '깡통전세' 현황. [네이버부동산 매물 검색화면 캡처] 

 

먼저 전세사기 피해가 극심했던 서울 강서구에 지도를 고정했다. 지난달 등록된 한 오피스텔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28㎡ 면적인 이곳의 매매가는 2억8600만 원, 전세가는 2억6000만 원이었다. 전세가율이 90.9%에 달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52㎡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98.7%로 더 높았다. 매매가(3억9500만 원)와 전세가(3억 9000만 원)의 차이는 500만 원에 불과했다.

 

수요자 선호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도 깡통전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학군지로 불리는 양천구 목동의 한 84㎡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5억5000만 원으로 매매가(6억5000만 원)의 84.6%였다. 지도의 핀을 도봉구 창동으로 옮겨보니 59㎡ 아파트 중에 전세가(3억8000만 원)가 매매가(4억 원)의 97.5%에 달하는 매물도 있었다.

 

아예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주로 소형 도시형생활주택(도생)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20㎡ 도생 매물은 매매가가 1억3000만 원, 전세가가 1억4000만 원이었다. 이런 '역전 현상'은 서울 인근의 수도권 지역에서도 흔했다. 경기 의정부시 19㎡ 도생은 매매가가 7300만 원, 전세가는 7500만 원이었다.


▲ 2023년 1분기 및 2024년 1분기 중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80% 이상 아파트 거래 현황.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직방 편집]

 

모든 깡통전세 임대인을 잠재적인 '전세사기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깡통전세 임차인은 '잠재적인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당장 문제가 없어도 향후 집주인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거나 전셋값이 떨어진다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인이 적극적인 사기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이 돈을 떼일 수 있는 것이다. 

깡통전세는 올들어 증가 추세다. 주택시장에서 매매가격이 하락한 반면 전세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전국에서 이뤄진 전세거래 5건 중 1건(20%)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80% 이상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에 비해 6%포인트 증가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한 사고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올해 1분기(1~3월)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7973억 원) 대비 80% 폭증했다. 

지난해 연간 사고금액 4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는데, 올해 경신이 유력하다. 곧 누적 1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가 지난해 4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전문가들은 더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기범죄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런 환경에서는 전세 세입자의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도 그동안 바뀐 것은 사실상 없다"며 "이제는 예방 대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세에 근접한 금액까지도 쉽게 실행되는 대출이 투기나 전세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 교수는 "작년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뒤로 정부가 그나마 한도를 낮춘 것이 시세의 90% 수준"이라며 "여전히 그 정도 전세가율은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집값과 전셋값 사이에 제도적 '완충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집값이 떨어져도 보증금을 떼이지 않도록 일종의 '전세가율 규제'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면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를 집값의 60~70%로 설정해 임차인들이 위험한 계약을 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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