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 '의료 대란' 한 달…정부, 백기 들거나 면허 정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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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의료 대란' 한 달…정부, 백기 들거나 면허 정지하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4-03-29 17:42:13
복지부가 참고한 논문 작성자도 '2000명 증원'에 부정적…타협할 거면 '백지화'
'2000명' 포기할 수 없다면 강공뿐…전공의 면허정지하고 '닥터론' 회수해야

타협할 거면 모든 걸 내려놓고 강공으로 나갈 거면 상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쳐라.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의 반발로 '의료 대란'이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여가 지났다. 대형 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은 물론 전문의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의료를 담당하는 대형 병원들은 진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매일 수십 억 원씩 적자가 쌓여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민 불안, 특히 중환자와 그 가족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려다 의료계 반대로 실패했다. 2000명 증원을 추진하면 저항이 어느 정도로 거셀 지는 뻔히 예상했으리라.

 

그럼에도 이제 와서 "전공의 면허정지 무기한 연기하겠다", "2000명 증원 외 필수의료 패키지 등은 모두 내려놓겠다", "과중한 근무시간 단축하겠다" 등 정부가 전공의 바짓가랑이나 붙잡는 모습을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결국 아무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이미 늦었지만 정부는 그래도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 애매모호한 태도는 버리고 '유(柔)'냐, '강(强)'이냐를 선택하라. 

 

전공의를 달래고자 한다면 2000명 증원을 백지화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참고했다는 논문 3개 중 하나를 쓴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00명 증원이 적절하다고 쓴 적 없다"고 밝혔다. 증원 근거도 미약하다.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뒤 다음 달 발족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끝까지 2000명 증원을 포기할 수 없다면 망설이지 말고 가장 독한 수를 써라. 먼저 예고대로 근무지를 떠난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시켜야 한다.

 

동시에 은행이 면허가 정지된 전공의의 '닥터론'을 즉시 회수하도록 해야 한다. 의사들은 고소득 전문직이라 은행이 저리로 고액의 대출을 제공한다. 신용만으로도 전공의·공중보건의·군의관은 최대 2억 원까지, 전문의·교수는 3억 원까지 빌릴 수 있다. 개업자금은 담보대출을 포함해 최대 5억 원까지 가능하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당장 생활비가 급한 화물차 기사들이 파업을 풀고 현장으로 복귀한 덕분이다.

 

전공의들도 생활비는 필요하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소개하며 "전공의에게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의협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공의는 선배 의사 도움과 닥터론으로 당장 필요한 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이 대출을 회수할 경우 단기간에 전공의들은 견디기 힘든 수준에 이른다. 돈이 필요한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으로 돌아오면 그 때 면허정지를 풀어주면 된다.

 

닥터론이 의사들에게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잘 보여주는 예가 최근 발생했다. 지난 18일 KB국민은행이 'KB닥터론'의 온라인 판매를 중단하자 의협은 발끈했다.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은 지난 27일 SNS에 "국민은행이 닥터론을 회수한다고 한다. '보답'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닥터론을 판매하지 않는 은행과는 의사들이 모든 거래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사건은 국민은행이 단지 닥터론 비대면 판매만 철회하고 대면 상품으로 통합한 것이 확인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단순 해프닝이지만 의협의 민감한 반응은 여기가 최대 약점이란 걸 알려준다. 전공의 면허를 정지하고 모든 은행이 일제히 닥터론 회수에 나서도록 하라. 

 

그간 정부는 입으로만 자유시장경제를 외칠 뿐, 실제론 상생금융과 대출금리 인하 강요 등 은행 '팔 비틀기'를 잘하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그대로 하면 된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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