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유럽 장벽에 합작으로 맞선 K-방산…장기적으로 통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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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장벽에 합작으로 맞선 K-방산…장기적으로 통할지는 미지수

배지수 기자
기사승인 : 2026-06-17 17:56:32
EU 국방예산 역외 유출에 제동…'유럽부품 65%' 조건 내걸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 D&A·현대로템, 속속 현지기업 합작
"유럽은 이미 경쟁자로 인식…자체생산 갖추면 韓기업에 도전"

유럽연합(EU)이 유럽 방산업체에 대한 우대를 강화하면서 한국 방산 기업들의 유럽 시장 공략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당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략이 유효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지난 3월 유럽 방산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보조금 프로그램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 공모를 시작했다. 규모는 15억 유로(약 2조6300억 원)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최대 1500억 유로(약 263조 원) 규모의 무기 공동구매 대출기금(SAFE)에 이은 후속 조치다. SAFE는 유럽 각국이 무기를 함께 살 때 EU가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두 프로그램에는 공통 조건이 붙는다. 완성된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의 65% 이상이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산 부품이 35%를 넘기면 지원 대상에서 빠지고 가격경쟁이 어려워진다. 유럽 시장에 들어오려면 유럽 부품을 쓰라는 뜻이다.

 

그간 유럽 내에서 '재정이 유럽 밖으로 새나간다'는 불만이 누적된 영향이 컸다.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 각국은 서둘러 국방 예산을 늘렸다. 그런데 정작 유럽 내 무기 공장들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예산의 78%가 미국·한국 등 외국 무기를 사는 데 쓰였다. 이렇게 되자 "유럽 시민의 세금으로 역외 방산업체의 배를 불려선 안 된다"는 프랑스·독일 등 EU 내 강국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규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국내 기업들은 '현지 합작법인'으로 대응 중이다. 단순 완제품 수출 방식으로는 유럽 수출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17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방산 기업들은 속속 유럽에 직접 공장을 짓거나 현지 기업과 함께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9월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1%, WB그룹 자회사 WB일렉트로닉스 49%다. 사거리 80km급 유도탄(CGR-080)을 현지에서 생산해 폴란드군에 공급하고 이후 유럽 수출도 노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도 K9 자주포·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생산하는 'H-ACE 유럽' 공장을 짓고 있다.

 

LIG D&A는 이달 독일 라인메탈 에어디펜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 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LIG D&A가 보유한 중·장거리 방공 미사일(L-SAM·천궁-Ⅱ)과 라인메탈의 초단거리 방공 체계를 연결해 '하늘을 여러 겹으로 막는' 통합 방공 솔루션을 유럽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단거리 방공용 신규 미사일도 함께 개발한다. 합작법인의 지분 구조는 아직 협의 중이다. LIG D&A에 따르면 라인메탈이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4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벵디와 K2PL 전차 및 구난차량의 현지 생산·정비 협력 계약을 맺고 현지 생산 체계 구축에 나섰다. 최근에는 독일 방산기업 FFG와 K2 플랫폼 기반 구난차량(K2PL ARV) 공동 개발 계약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현지 합작이 일단 단기적으로 유효한 전략이라고 본다. 다만, 단순히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정도로는 효과를 오래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근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현지에 공장을 짓다 보면 그 나라에서 생산한 것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면서도 "유럽이 이미 한국 업체를 경쟁자로 보기 시작했는데, 유럽이 자체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되면 한국 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도 "유럽이 자체 방산 역량을 키우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당장의 수출 기회는 열려 있지만 유럽 기존 방산 강자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중장기 국면에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지 투자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에 맞추거나 공동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등 스킨십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은 부분적으로 유럽 기업이 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KPI뉴스 /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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