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가격하락효과 기대…주택공급 위축 우려
정부 이달중 시행령 고쳐 입법예고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란 메가톤급 돌발 변수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꿈틀대는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추진'이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때가 됐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강남 재건축 단지는 혼란에 빠졌다.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고 후분양까지 검토하던 강남 재건축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퇴로가 막혀버리게 된다. 일반분양가를 낮추면 사업성이 악화돼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단기적인 가격 하락 효과는 기대할수 있지만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시장불안을 더 키울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는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소급적용' 비판까지 감수하며 촘촘히 그물망을 짜는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취지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도록 적용기준 등을 손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첫 도입당시에는 유예기간을 두어 밀어내기 분양도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법망을 빠져 나가는 단지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재건축 아파트값 꿈틀대자 강력처방으로 조기차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갑자기 꺼낸 것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이 불안조짐을 보이자 조기에 차단하고자 상한제란 양날의 검을 빼어든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11일 기준 전주 대비 0.02% 올라 2주 연속 상승했다.
재건축단지가 밀집해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강남구는 전주대비 0.05%,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0.03% 상승했다.
다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엄포를 놓으면서 재건축 단지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졌다.
최근 약세가 이어졌던 강동구는 35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5㎡는 19억7000만 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김장관이 분양가 상한제를 언급한 이후 관망세로 돌아선 매수자들이 늘었다는게 중개업자들이 전언이다.
강남4구외에도 상승세를 보이는 지역이 늘었다.양천구와 동작구는 아파트값이 각각 0.05% 상승했고 성동구도 33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분당은 전주 0.02% 상승해 오름세로 돌아선 데 이어 이번 조사에선 상승폭이 0.19%로 대폭 확대됐다. 최근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상향 조정됐다.

직격탄 맞은 재건축단지 대혼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하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큰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 재건축 사업을 재검토하거나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현재 분양을 앞둔 단지로 상한제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벌이자 해당 단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관련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현행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주, 철거 전 단계인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는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상한제 적용 시점을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시점으로 늦추면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해당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을 받은 단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소급 적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관리처분계획에는 분양가까지 산정돼 들어가는데 이미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수익을 갑자기 줄이라는 것"이라며 "헌법 13조 2항은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이런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민간 주택사업이 올스톱 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땅값 비쌀 때 토지를 확보했는데 감정가로 분양가를 산정하면 어떻게 사업을 할수 있느냐"며 하소연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시행한다면 서울 수도권 일대의 재건축 사업이 모두 제동이 걸릴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분양가 20~30% 낮아질 것"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현재 주택보증공사의 요구보다 20~30%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절반수준까지 떨어질수도 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의 세부기준이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알수 없지만 정부의 집값 안정의지를 감안할 때 큰폭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7년 상한제 도입당시 국토부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는데 전국의 분양가가 평균 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실제 큰폭으로 낮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상한제가 도입되면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현행 주택보증공사(HUG)기준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감정평가한 토지비에다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덧붙여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기본형 건축비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토지비를 얼마나 인정해줄지가 관건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행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공공택지의 경우 땅값 산정이 어렵지 않지만 재건축 단지 등 민간택지는 단순 감정평가액만으로 땅값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 VS '공급부족' 실효성 논란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집값 상승의 진원지가 재건축단지인 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수 있고 집값불안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 추진이 어려워져 주택공급 부족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단기적으로 집값 안정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조치가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 후분양 꼼수에 대한 극약처방"이라며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된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그러나 재건축단지의 사업성을 악화시켜 공급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재건축 단지 뿐 아니라 강북 재개발 단지까지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예상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될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주변시세와 분양가의 격차가 커져 '로또 아파트' 청약과열이 나타날 수 있고, 당첨자에게 과도한 수익을 안겨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에 대해 "2010년 이후 다시 공급이 회복돼서 분양가 상한제가 시장 공급 부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분양가가 낮아지는 만큼 아파트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공공택지 아파트에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눈대 고품질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토지실장은 "각종 개발 계획을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집값을 잡을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보다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한제 적용기준에 초미의 관심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하자 적용기준이 어떻게 정해질지에 건설업계와 재건축 조합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한제 적용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사업성 악화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중단해야할 상황이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유예기간을 두거나 적용 시점을 늦출 경우 사업추진을 서둘러야 할 수도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이미 2007년에 도입됐다가 적용조건 강화로 시행이 안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재도입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상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기준을 바꿔 빠르면 이달중 입법예고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세부기준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현행 주택법 시행령상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해야 가능한데 이 기준 때문에 적용 단지가 없었다. 따라서 이 기준을 '물가 상승률 초과' 또는 '물가상승률 1.5배 초과'로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현행 시행령에는 재건축 재개발 단지의 경우 제도시행이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기준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상한제 도입을 서두른 이유가 후분양으로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는 단지를 막기 위한 조치인 만큼 '관리처분인가 신청'이아니라 '입주자 모집공고' 단지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급적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적용대상과 시점을 바꿀수 있다"며 "소급적용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전매제한 기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전매제한은 3~4년이다.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70%미만이면 4년, 70%이상이면 3년이다. 하지만 강남 재건축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시세와 분양가의 훨씬 크기 때문에 전매제한기간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전매제한 기간도 같이 손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윤재오 기자 yj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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