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화도 안 받는 고객 명단이 7만원…신입 보험설계사 울리는 'DB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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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도 안 받는 고객 명단이 7만원…신입 보험설계사 울리는 'DB장사'

이수민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09-08 17:13:21
신입·저연차, 외부 DB 구매비와 계약 실패 위험 떠안아
"이미 대부분 가정이 여러 보험에 가입"…'지인영업' 한계

보험설계사 이현석(36·가명) 씨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친척, 친구, 전 직장 동료 등 100여 명의 명단을 만들었다. 영업 대상 명단이었다. 그러나 대다수가 보험 얘기를 꺼내자마자 난색을 표했다. 몇 건의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그쳤을 뿐, 두 달가량 지나자 더 이상 연락할 지인이 없었다. 소개를 받으려 해봤지만, 그것도 잘 안 됐다.

 

결국 이 씨는 외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사기 시작했다. 지난달 20명 DB를 사기 위해 건당 7만 원씩 140만 원을 썼지만 통화가 연결된 경우는 10명도 채 안 됐다. 상담 약속은 2건, 계약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씨는 "계약은 못 했는데 DB 구매 비용과 교통비만 나가니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 보험설계사들이 구매하는 고객 DB 가격 비교. [챗GPT] 

 

경력이 수년 된 설계사와 달리 든든한 인맥이 없는 신입 설계사들은 지인 영업이 다 소진되면 만날 사람조차 없는 상황에 처한다. 자기 돈을 써 고객 DB를 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 비용만 떠안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상담에 동의한 DB는 건당 6만∼8만 원, 상담 일정까지 잡힌 DB는 15만∼20만 원 선이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중복 판매된 DB라 해도 환불받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설계사들은 보험 상담 고객을 모집하는 DB 전문업체나 설계사 전용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객정보를 건별로 구매한다. 일부 GA 본사와 지점은 전문업체에서 DB를 대량으로 사들여 소속 설계사에게 배분한다. 

 

과거엔 신입 설계사들도 지인 DB로 제법 영업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지인 영업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힘들어지면서 신입 설계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대부분의 가정이 이미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며 지인 영업으로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15년 경력의 보험설계사 김근용(48·가명) 씨는 "이미 보험이 여러 건 있는 지인에게 무리하게 영업하다가 인간관계가 망가져 더 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며 "내 주위 신입설계사들도 차라리 DB를 돈 주고 사는 게 마음이 편해서 종종 이용한다"고 했다. 

 

설계사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DB를 제공하는 보험사나 GA도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전속설계사에게 고객 DB를 제공하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따로 고객 DB를 사는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전속설계사에게 고객 DB를 일정 부분 제공하되, 설계사가 직접 산 DB를 영업에 쓰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삼성화재는 DB 기반 TC지점에서 1년 차 설계사에게 월 30건, 2년 차 20건, 3년 차 10건을 배정한다.

 

DB마다 가치는 다르다. 이벤트나 광고 과정에서 개인정보 활용에만 동의한 고객은 권유 전화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보험 상담이나 가입 문의를 직접 남긴 고객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편하나 그만큼 DB 가격이 비싸다. 

 

한 손해보험사의 신입 전속설계사 강시은(43·가명) 씨는 "DB 30건을 받는다고 고객 30명을 만나는 건 아니다"며 영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설계사 소득은 계약 실적으로 결정되는데 DB 구입비는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먼저 발생한다"며 고객 DB를 구매하는 설계사들의 재정적 부담을 지적했다. 

 

그는 "수수료 경쟁이 제한되면서 상담 의향이 있는 고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채널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보험계약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1200%룰'이 GA 소속 설계사에게도 적용됐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수수료 규모 대신 상담 고객 DB가 새로운 설계사 유치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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