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란 전 최고지도자 유해를 이라크로 옮겨 추모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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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 최고지도자 유해를 이라크로 옮겨 추모식, 왜?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6-07-08 17:33:12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하메네이 장례 4~9일
이라크 도시 카르발라에서 8일 여는 추모식 일정 눈길
전면전 벌인 이웃 나라 가서 추모 행사 여는 건 이례적
시아파 핵심 성지…'하메네이=순교자' 부각하기 좋은 곳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장례 절차가 4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됐다. 하메네이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후 넉 달여 만이다.

4일부터 6일까지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7일은 중북부 도시 곰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그 후 7일 저녁 하메네이 및 공습 때 그와 함께 사망한 가족 4명의 유해를 이라크 중부 도시 카르발라로 옮겨 8일 추모식을 연다. 이어 유해를 다시 이란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로 옮겨 9일 안장하는 일정이다. 

 

▲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이슬람혁명광장에 운집한 추모객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 [AP 뉴시스]

 

이 가운데 이라크 카르발라 추모식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꽤 있을 법하다.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37년간 이란의 최고 권력자였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 유해를 이웃 나라로 옮겨 추모식을 여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이란-이라크전쟁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 낯설게 여겨질 수 있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8년간 이어진 이 전면전으로 양측에서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참혹한 전쟁의 상대국으로 유해를 옮겨 추모 행사를 한다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라크 카르발라에서 추모식을 거행하는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카르발라는 이슬람 시아파의 핵심 성지다. 이슬람의 마지막 예언자 무함마드의 외손자이자, 제4대 칼리프 이맘 알리의 아들인 이맘 후세인이 680년 우마이야 왕조 세력에게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카르발라 참극 또는 카르발라 전투로 불리는 이 사건은 이슬람 세력이 이맘 후세인을 따르는 시아파와 그에 맞서는 수니파로 완전히 갈라서는 역사적 분수령이 됐다. 그 후 시아파에게 이 도시는 순교자 후세인을 추모하고 복수 의지를 다지는 대표적인 성지로 자리 잡았다. 시아파 맹주국으로 통하는 이란 당국이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부각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심을 대중적으로 고취하기 좋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 내부 사정도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이 권력을 쥐고 시아파를 탄압했던 이란-이라크전쟁 시기와는 많이 다르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후 시아파는 이라크의 집권 세력이 됐다. 이라크에는 시아파가 수니파보다 훨씬 많다.

카르발라 추모식 앞뒤로 행사가 열리는 장소인 곰과 마슈하드도 시아파 성지다. 곰은 시아파 성직자 양성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종교 교육 중심지다. 마슈하드는 시아파가 숭모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이맘 레자의 영묘가 있는 곳이자 하메네이의 고향이다.

이처럼 하메네이 장례 일정은 적국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4일에 막을 올린 후 이란 안팎의 시아파 성지를 순회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추모를 넘어, 미국·이스라엘에 맞서 이란과 이라크는 물론 레바논과 예멘 등에 있는 중동 시아파 세력 전반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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