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청년월급①] "당장의 생존, 딱 그 정도"…미래설계 못하는 청년 월급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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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월급①] "당장의 생존, 딱 그 정도"…미래설계 못하는 청년 월급살이

송채린 기자   서승재 기자
기사승인 : 2026-04-30 14:37:23
월급은 늘었지만 주거·식비는 더 빠르게 상승
"버는 만큼 쓰고 끝"…저축·미래 준비기능 상실
청년들 "살아갈 뿐…결혼·내집 마련은 먼 얘기"

'월급'에는 단지 급여 이상의 사회적 의미가 있다. 근로자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동시에 내일을 준비하도록 하는 원천이다. 청년들의 월급은 10년 전보다 늘었다. 그러나 필수 생활비는 훨씬 더 빠르게 올랐고,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당장의 생존수단 외에는 월급의 기능이 퇴화한 모습이다. 월급으론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고시원. 카페 아르바이트를 마친 취업준비생 김지현(27세·가명) 씨가 사는 곳이다. 일이 끝나면 카페에서 직원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알바생'의 하루를 마치고 '취준생'의 일과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 고시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20대 여성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김 씨는 주 5일, 하루 4시간씩 일한다. 월 급여는 100만 원이다. 이 중에서 40만 원이 월세로 빠진다. 끼니는 고시원에서 주는 라면과 즉석밥으로 때울 때가 많다. 교통비를 아끼려 웬만한 거리는 걷는다. 이렇게 아껴봐도 매달 고정된 지출은 60만 원이 넘는다. 남은 40만 원 정도를 쪼개서 취업을 위한 강의 수강이나 교재 비용을 감당한다.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정식으로 취업하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김 씨는 말했다.

 

일자리를 갖고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나아질까. 서울 성북구에서 간호사로 근무 중인 최현정(27세) 씨는 자신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최 씨가 검진센터에서 받는 월급은 대략 200만 원이다. 월세로 70만 원, 식비로 40만 원을 지출한다. 여기에 통신비와 교통비를 모두 합하면 매달 약 130만 원이 꼬박꼬박 나간다. 여가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도 매달 남는 돈은 40만 원이 되지 않는다. 최 씨는 "월 15만 원의 주택청약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큰돈 나갈 일이 생기면 부모님 손을 빌리게 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월급살이'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벌어들이는 돈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생애 전반에 걸쳐 필요한 돈은 크게 늘어난 탓이다. 30일 KPI뉴스가 만난 청년들은 자신의 월급에 대해 "매달 그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도"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과거와 다르게 '월급봉투'가 삶 전체를 지탱해주던 '사회적 기능'이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월급이 조금 더 늘어난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고 했다. 수원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전 모(25세) 씨는 한 달에 250만 원을 번다. 전 씨도 주거비, 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을 모두 더하면 140만 원 정도를 쓴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을 상환한 뒤 남은 돈으로 여가활동과 사회관계에 총 60만 원 정도를 사용한다. 매달 모이는 돈은 사실상 없다.

 

▲ 청년 4인의 월급과 상세 지출 내역. [송채린 기자]

 

절대적인 소득만 보면 과거보다 늘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달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 자료를 보면 근로자 중위소득은 2024년 기준 약 288만 원이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5년에는 241만 원이었다. 9년간 19.5%(47만 원) 올랐다. 

 

그런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우선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훌쩍 뛰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수도권 월세 평균가격은 2015년 말 69만4000원에서 2025년 말 98만8000원으로 42.4% 상승했다. 소득보다 2배 빠른 상승폭이다. 월세 보증금도 6638만 원에서 8641만 원으로 30% 증가했다. 

 

식비도 올랐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공개 자료(서울 기준)를 살펴보면 2015년 말 4682원이었던 짜장면이 2024년 7423원으로 58.5% 올랐다. 짜장면 514그릇 어치였던 중위소득 월급이 387그릇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24.6% 감소한 셈이다. 

 

장기적으로 내 집 마련까지 고려한다면 격차는 더 까마득해진다.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며 월 370만 원을 받고 있는 박 모(27세) 씨처럼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박 씨가 거주 중인 서울 관악구 원룸의 월세는 57만 원, 인근 아파트 가격은 최소 8억 원 이상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감안한 종잣돈을 마련하려면 매달 100만 원씩 저축한다고 해도 21~2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 씨는 "생활하는 데 큰 부족함은 없지만 월급으로 결혼이나 내 집 마련 같은 것을 계획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월급살이 청년들은 "당장의 삶을 살아갈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게 10년 후 미래에 대해 물었다. "결혼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바쁘다"(취업준비생 김지현), "스펙을 더 쌓고 싶지만 생활이 빠듯해서 지금은 어렵다"(간호사 최현정), "지금과 같은 월급으로는 사실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응급구조사 전 모 씨)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월급을 받고 있는 박 씨조차도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포기하고, 다른 꿈을 이루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송채린·서승재 기자 sc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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