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기름범벅 '폐컴프레서' 고철 둔갑 유통…함안CRC "자원순환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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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름범벅 '폐컴프레서' 고철 둔갑 유통…함안CRC "자원순환제품"

박동욱 기자
기사승인 : 2025-09-25 13:45:35
가전제품 대기업 자회사 재활용시설 위탁처리업체 불법 현장

전국 최대 규모의 자원재활용시설인 경남 함안 CRC(칠서리사이클링센터)가 기름이 묻은 '폐컴프레서'(일명 폐콤프레샤)를 폐기물 처리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외부에 반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기사 본보 2025년 9월 18일자 '[단독] 폐컴프레서 고철 둔갑 유통')

 

특히 해당 센터를 운영하는 가전제품 대기업은 수탁계약 처리업체가 고철인 것처럼 마구 시중에 유통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비호하며 사건 덮기에 급급, 그 배경에 강한 의문을 낳고 있다.

 

▲ 부산경제자유구역청 관내에 위치한 CRC 위탁 폐컴프레서 처리 업체. 이 업체는 공장 안에 다른 업체를 입주시켜 놓고 위탁받은 폐컴프레서를 원형 그대로 떠넘기고 있었다. [박동욱 기자]

 

25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함안 칠서리사이클링센터(CRC)는 올해 6월 부산경제자유구역청 관할 지역 A 업체와 폐기물처리 위탁계약을 맺었다. 이 업체는 2001년 CRC 설립 초기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폐컴프레서를 수탁 처리했다가 올해 6월 다시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처리량이 4000~5000톤으로, 매입비가 5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우선 CRC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가 '순환자원이냐 폐기물(일반 또는 지정)이냐'하는 논란을 떠나 A 업체에서 처리돼야 할 물량이 마구 다른 업체로 떠넘겨졌다는 점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체가 원형 그대로 다른 업체에 반출하면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더욱이 기름 범벅 상태의 폐컴프레서 수천톤이 폐기물처리 권한마저 없는 일반 고철업체까지 넘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A 업체에서 반출된 폐컴프레서는 취재진에 확인된 곳만 3곳(녹산공단 B, 김해시 C, 양산시 D)으로 수천톤씩 흩어졌다. 기름으로 범벅된 문제의 폐컴프레서를 보관하다 적발된 김해와 양산시에 있는 업체 2곳은 폐기물처리 허가마저 받지 않은 곳이다.

CRC의 '폐컴프레서' 편법 반출 논란은 지난달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에 위치한 두 곳의 고철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고철 야적장에서 기름 유출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이 재활용업계 전문가에게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8월께 현장을 확인한 재활용업계 관계자와 함께 취재진이 출처를 추적한 결과 배출지는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리사이클링센터(ESRC)로 파악됐다. 이곳 삼랑진 리사이클링센터 운영자는 함안 CRC 출신으로, 역추적 과정에서 함안 CRC의 편법 배출 의혹으로 이어졌다.

 

▲ 양산시 북정동 고철업체에 보관돼 있는 다량의 폐컴프레서. 우측 하단 빨간 네모 안 사진은 폐컴프레서를 분해하자 내부에 기름이 흥건히 남아 있는 모습 [독자 제공]

 

이 같은 상황이 드러났는데도, 함안 CRC 측은 재활용업체와 계약을 통해 정상적으로 반출했다는 억지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CRC 측은 공동 취재에 나선 언론사의 서신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폐콤프레서는 폐기물이 아닌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순환지정제품'이라는 것을 환경부를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나 낙동강환경유역청은 이러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주무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름 묻은 폐컴프레서는 (일반폐기물도 아닌) 지정폐기물"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지정폐기물은 환경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폐기물로, 일반 폐기물보다 엄격하게 관리되고 처리 절차 또한 까다롭다. 이를 위반하면 처리업체는 물론 위탁 업체 또한 함께 처벌받는다.

특히 함안 CRC 측은 양산 D업체에서 기름이 묻은 폐컴프레서를 대량 보관하다가 적발된 것과 관련해 배출 경위 파악에 나선 양산시에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의 2005년 공문을 보냈으나,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담은 이 공문 역시 '기름성분 5% 이상 함유하면 지정폐기물, 분리세척 통해 5% 미만 함유하면 사업장 일반폐기물'이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이미 20년 전에 이 같은 사실을 명확히 알고도, 사안을 얼버무리려 했다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제보자인 부산지역 재활용업계 전문가는 "폐컴프레서에서 흘러나오는 다량의 폐오일이 토양과 수질을 크게 오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리사이클센터(RC)가 이 같은 짓을 수십년 째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환경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폐컴프레서에는 알루미늄, 폐전선, 폐오일, 실리콘, 폐플라스틱, 중량고철, 경량고철, 폐비닐, 폐자석, 아연, 타르, 유리섬유, 신주 등 13개 종류의 혼합폐기물이 들어있다. 이 중 7개 종류에 들어 있는 이물질 함유 비율은 △알루미늄 3∼7% △폐오일 2∼4% △중량고철 20∼35% △경량고철 20∼25% △폐자석 2∼5% △아연 2∼3.35% △타르 1∼3% 등이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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