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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의 AI경제] 청년 실업과 인공지능(AI) 세금

KPI뉴스
기사승인 : 2026-05-14 11:23:52
'AI 국민배당금'부터 청년 첫 경력 보장제까지
한국 사회 흔드는 기술혁명 시대의 재분배 논쟁
AI가 빼앗은 일자리,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공지능(AI) 세금' 발언이 커다란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실제 단어는 '국민 배당금'이었지만, 이는 2000년 초반에 글로벌 석학과 빅테크 CEO들이 언급했던 '인공지능 세(稅)','로봇 세','토큰 세'의 또 다른 표현이다. '반도체 세'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쉽게 말해 기술진보로 달성한 초과이익에 경제적 공공 의무금을 부과하자는 구상이다. 자본가가 소유한 토지, 공장기계 등 생산수단에 세금을 부과해 임금노동자에게 사회복지 혜택으로 돌려줬던 산업시대를 떠올려보자. 이제는 토지 등 고정자본이 AI 소프트웨어 혹은 AI 로봇으로 자리를 바꾼 지능시대에 맞게 과세 및 복지 제도를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AI 자본을 독점한 테크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되는 양극화 심화로 사회 전체의 안정성이 저해되니까 이를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이야기다. 

 

▲ 챗GPT 생성 이미지

 

2015년 화제의 저서 '축적의 시간'을 공동 집필했던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도 청년의 첫 취업을 의무화하자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하면서 AI 에이전트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최근 3년 간 21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 98.6%가 AI 고(高)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21만 개 늘었는데, 그 67%는 AI 고노출 업종에서의 증가분이었다. 한은은 이를 '연공(年功) 편향형 기술변화'라고 불렀다. 단순하게 말하면 AI 테크놀로지가 신입 직원의 일을 빼앗아 고참 경력자에 준다는 의미다. 숙련 노동자에 AI 조수 하나만 붙여주면 신입 직원 10명치 업무를 해내니, 인건비 절감에 눈먼 경영자는 신규 채용을 줄이고 시니어 퇴직을 늦출 수밖에. 그러니 아예 업무를 익힐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취업 준비생을 위해 정부가 첫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제안이다. AI 및 디지털 전환에 들어간 기업들에게 신규 채용을 의무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세제 혜택을 주자고 한다. 발상은 김용범 실장의 것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AI 세금을 일자리로 치환한데 불과하다.


김 실장의 국민 배당금 구상은 향후 대한민국 거시경제의 운용과 맞물려 간단치 않아 보인다. 올해 정부의 세수(稅收)는 반도체 기업에서 걷어 들일 법인세를 포함해 역대 최대의 초과 세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부채 총액을 적정 관리하자는 야당의 균형재정 주장을 포퓰리즘적 긴축재정 발상이라 비판하며 국민경제 대도약을 위한 적극재정론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초과 세수 역시 당장 빚을 갚기보다 국부펀드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더 불려서 장기적 사회자산으로 환원하자는 입장으로 나아갈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의 초과이익을 국가가 구조적으로 재분배하겠다는 안은 테크노 사회주의로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재정학자 가운데 명목성장률 1~2%에 턱걸이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력을 키울 기초체력 증강에 재원을 배정해야한다는 장기 투자론자도 많다. 요컨대, 돈을 버는 원칙은 하나지만 쓰는 방법은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통일된 국론을 형성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교수의 청년 '첫 경력 보장제'는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최소한 사회인으로서 출발은 할 수 있게 기업이 의무를 지라는 부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자유로운 노동시장의 일자리 분배라는 대한한국 자유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난 구상이다. 레이오프(lay-off)로 불리는 미국의 경기대응 단기 일자리 구조조정은 잔인해보이지만 보다 효율이 높은 시장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효과도 있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순환 사이클 자체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재정 정책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거나 저소득층 감세 등 공공 조정수단을 구사할 뿐이다. 차라리 우리나라 청년들이 창업을 더 쉽고 도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강화에 나서는 편이 낫다. 굳이 취업에 떠밀어 수습사원으로 허드레 일부터 익히기를 강요하기보다 자신이 하고픈 사업에 1인 기업으로 경력을 쌓는 '창업국가'를 권하고 싶다.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선전(深川), 항저우(杭州)에 들끓는 대학중퇴 스타트업 사장님들은 미래 노벨상 수상자와 빅테크 CEO 후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그에 못 미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AI 등 디지털 전환이 빠르고, 제조 인프라부터 문화산업까지 업종별 풀스택(full-stack) 생산력을 갖춘 얼리 어댑터로 유명하다. AI 실업이란 인류사 초유의 사회문제 또한 가장 먼저 최전선에서 겪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차 코딩을 담당하는 초급 개발자의 일자리가 급속히 줄면서 컴퓨터공학과 졸업생 취직도 어려워지는 현상과 거의 속도를 같이 하고 있다. 어찌 보면 늘 추격자(fast follower)였던 한국이 창조자(first mover)의 역할을 감당해야할 도전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AI 제도 설계의 선구자가 될 기회라고 여겨도 좋겠다. AI 기술의 모든 측면을 한국 같은 중견국가가 다 수행하긴 어려울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핵심 분야만 잘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AI 정책에서만은 선도국이 되었으면 한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법안(AI Act)을 만들어 제도적 통제의 길을 열었다. 얼마 후 2025년 말 나온 한국의 인공지능기본법은 진흥과 규제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고 평가된다. AI 기본법은 인간 중심 인공지능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큰 방향은 맞다. 그러나 하부 법령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향을 빈 칸 채우기로 보충해야 한다. AI 실업 대응에서도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방법론을 고안하고 숙성시켜야 한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AI에게 어디까지 맡기고, 인간이 무엇을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의 경계 설정이다. 첫째, 인간은 실행자에서 지휘자·검수자·책임자로 이동해야 한다. AI가 자료를 찾고 초안을 쓰고 코드를 고칠 수는 있지만, 목표 설정, 가치 판단, 맥락 해석,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남는다. 둘째, 업무 능력의 중심이 '혼자 잘하는 능력'에서 'AI 팀을 잘 부리는 능력'으로 변화한다. 좋은 질문, 업무 분해, 결과 검증, 오류 추적, 데이터 맥락 제공, 윤리적 판단이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조직은 해고보다 재설계와 재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가트너지의 최신 보도에 따르면 자율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회사 중 상당수가 감원을 병행했지만 감원이 자본수익률(ROI) 향상과 직접 연결되진 않았다. 고성과 기업은 오히려 인력 재교육·운영·역할 구조개편에 투자했다고 한다. 넷째, 직업은 사라지기보다 쪼개질 전망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92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1억7000만 개 새 역할이 생겨 순증 7800만 개가 가능하다고 내다보았다.

문제는 총량보다 전환 속도와 불평등이다. 이 4가지 변화를 염두에 두고 당국자는 한국형 AI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AI 4대 강국은 소버린 AI 모델 완성이 아니라, 창조적 AI 제도 구축에서 가능할 것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을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미디어센터 VOX(Voice From Oxford) 컨설턴트(2024~) △국가녹색기술연구소 'Greenovation I&I' 편집위원(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2026.3)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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