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거연대 성사 주목…특검 처리, 격전지 승부에 변수
李 "특검에 국민 공감대, 처리 시기·절차는 숙의 거쳐야"
與 "지지층 결집" 5월 처리론 vs "큰 악재 자초" 연기론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한달 앞두고 '조작수사·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이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중도·무당층 표심을 자극해 격전지 승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 사건 등 12건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사실상 '셀프 사면권'"이라며 쟁점화에 손잡고 나섰다. 양당 내부에선 특검법 대응 공조가 야권의 선거연대로 발전하면 판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5월 중 특검법 처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위헌 논란과 야당 공세 등으로 신중론이 번지고 있다. 특검법 일방 처리에 따른 보수표 결집이 예상되는 영남권과 접전이 점쳐지는 수도권의 출마자들은 연기론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특검법 처리가 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특검법 저지를 위한 대여 압박을 본격화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양향자 경기지사 후보와 개혁신당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법 쿠데타 저지를 위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긴급 연석회의'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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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양향자(왼쪽부터) 경기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개혁신당 조응천 경기지사 후보, 김정철 서울시장 후보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법내란 저지를 위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연석회의'를 열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오 후보는 "수십 년 전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에서 일어날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조 후보는 "법치 근간을 뒤흔드는 사법내란"이라고 성토했다.
5명은 회의 후 6개 결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 대통령의 모든 범죄 혐의를 지우려는 범죄 삭제 특검법"이라며 "사법 쿠데타를 막기 위한 범국민 저항 운동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헌정 질서와 사법 정의를 지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이재명 셀프 면제 특검법과 위헌적 공소취소' 강력 저지를 위해 공동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회의를 제안한 조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절박한 심정으로 하는 것"이라며 "정치공학적으로 단일화에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는 생각은 일도 없다"고 말했다. 선거 연대에는 일단 거리를 두겠다는 태도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검법 국면이 판세를 뒤집을 기회라고 여겨 총력전을 펼쳤다.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라리 '이재명 최고 존엄법'을 만들라"고 직격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가 개혁신당과 논의할 생각이 있다면 공간을 열어놓고 대화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특검법 공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검법 처리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청와대 홍익표 정무수석은 브리핑에서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이 대통령의 주문 사항을 알렸다.
홍 수석은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치 검찰에 의해 자행된 불법행위 및 부당한 수사가 상당 부분 밝혀졌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특검 수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서 특검법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이 대통령 주문은 선거 전 특검법 처리는 피해달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홍 수석이 특검법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처리 시점만 좀 늦추라는 게 '명심'(이 대통령 의중)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6일 의원총회에서 특검법 처리 시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원내 지도부가 공언한 5월 처리를 위해선 이번 주 특검법 본회의 상정이 필요한데, 이 대통령의 제동으로 차질이 불가피한 셈이다.
민주당은 일단 특검법 정당성을 강조하며 논란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정청래 대표는 부산항 국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작기소 특검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과오를 바로 잡는 사법 정상화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피해 구제를 외면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진 5월 처리론이 우세하다. 신속한 특검법 처리로 선명성을 부각해 지지층을 결속하는 게 선거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총·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선 고정표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라는 셈법이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올수록 박빙으로 흐르는 수도권과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에선 특검법 강행이 중도·무당층 이탈을 부르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후보자들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법안을 낼 때도 예상되는 우려에 대해 심사숙고해 일을 진행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특검법 처리 시점을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 의원 150여 명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톡방에서 권칠승 의원이 "특검법 처리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김 후보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MBC라디오에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당연히 이런저런 판단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지도부 고심을 내비쳤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선 "당내 여러 의견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내부 논의를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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