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하림, 과연 HMM 인수후보자로서 적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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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과연 HMM 인수후보자로서 적격인가?

김기성
기사승인 : 2023-09-06 17:43:52
팬오션 인수후 그룹 자금줄로 쓴 전력이 문제
인수 후보자 모두 수조 원 인수금융 필요
유찰을 염두에 두고 적격 인수자 찾아야
HMM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일 예비입찰을 통해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하림·JKL)과 동원, LX가 적격 인수후보자로 선정됐다. 오는 11월 본입찰에서 최종 낙찰자가 결정된다. 

HMM 매각은 공적자금을 회수한다는 목적 이외에도 더 중요한 것이 국적 선사를 장기적으로 운영할 인수후보자를 고르는 일이다. 그런데 금융계에서는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하림·JKL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유는 하림·JKL이 지난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한 이후 팬오션을 하림의 부실계열사 지원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 하림 사옥(왼쪽)과 HMM [UPI뉴스 자료사진]

팬오션 유상증자로 하림계열사에 자금 수혈

하림그룹의 미국 법인인 하림USA는 2011년 미국의 19위 닭고기 전문업체 앨런패밀리푸드를 9천5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앨런 하림으로 이름을 바꾸고 미국 양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지만, 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이때 하림이 택한 해법은 팬오션의 자금을 하림USA에 수혈하는 것이었다. 2021년 당기순손실 328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하림USA에 대해 팬오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308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때 획득한 지분이 22.36%에 달한다. 그런데 이 지분의 가치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93억 원으로 줄어들어 115억 원 정도의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

하림그룹, 팬오션 지분 80% 이상 담보로 사용

하림그룹은 또 팬오션 주식을 담보로 활용해 대출을 받는 '자금줄'로 사용하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 6월 농협에 팬오션 주식 2200만 주를 맡기고 500억 원을 대출받았고 우리은행에도 1273만 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또 하림지주는 하림USA의 차입금 1500만 달러에 대해 팬오션 주식 1800만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렇게 팬오션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계약이 모두 10건에 달한다. 하림지주가 가지고 있는 팬오션 주식의 80% 이상을 금융권 등에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한마디로 팬오션은 하림그룹 내부에서 언제든 돈을 꺼내 쓰는 현금인출기 신세가 된 것이다.

하림의 이러한 행적으로 미뤄 만약 HMM을 인수하게 되면 꼭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HMM 내부에는 12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 두둑이 쌓여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힘을 얻고 있다.

해운업, 국가경쟁력 핵심이지만 실적 부침이 심해

국적선사는 우리 기업의 수출입 제품을 실어나르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해운업은 특성상 실적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 마련이다. HMM도 2021년 7조3775억 원, 2022년 9조9515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적자를 면치 못해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았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적자만 3조8000억 원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영업이익이 흑자를 내고 있지만 그 규모는 1년 전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해운업은 당장 업황이 좋고 돈이 쌓여있다고 방심했다가는 그 기업이 망할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 전체에 타격을 입히기 마련이다. 따라서 HMM의 인수자는 단순히 높은 가격을 써 내는 업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적선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적격자를 찾는 것이 최종 과제다.

최종 인수자는 가격이나 조건 뿐 아니라 지배구조, 과거 행태도 살펴야

그런데 문제는 인수 후보에 오른 하림·JKL과 동원, LX 세 군데 모두 자체 자금으로 HMM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예비입찰 당시 이들업체가 써낸 인수 희망 가격은 5조~6조 원인데 비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많아야 2조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어느 업체가 선정되건 간에 3조 원에서 많게는 5조 원의 인수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금리를 고려하면 이자만 해도 1년에 수천 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인수자는 HMM의 곳간을 탐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HMM에 쌓여있는 12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활용하려 들게 뻔한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번 HMM 매각작업은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고 절차도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HMM을 이끌 수 있는 인수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수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이나 조건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와 과거 행태,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찰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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