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미·중 고래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등터지는 새우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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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미·중 고래 사이에 낀 한국 반도체…등터지는 새우 되지 않으려면

UPI뉴스
기사승인 : 2023-03-03 10:08:03
일본 반도체의 몰락…국내 기업에 '타산지석'
반도체 경기 침체 장기화…미중 분쟁도 '부담'
中시장의 수익성, 美의 영향력 사이 균형 필요
1980년대 세계 반도체 1위는 일본의 NEC 였다. 매출액 기준으로 상위 10개사 중 6개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었다. 일본의 반도체 6인방이 디램(Dram)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려 미국과 치킨 게임에서 승리한 결과다.  

지금 일본 반도체는 세계 시장에서 5% 점유율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2017년에 도시바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반도체 부문을 해외에 내다 팔았고, 2019년에는 후찌즈, 파나소닉도 똑같은 선택을 했다. 

미일 반도체 협정이 일본 반도체가 무너진 첫 번째 계기였다. 1986년에 체결됐는데, 일본이 미국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였다. 

물론 일본 반도체의 몰락이 반도체 협정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소재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한 기업이 담당하던 형태에서 생산과 설계가 분리된 현재의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이 트렌드를 무시하고 과거 생산 방식을 고수했다. 당연히 원가 부담이 다른 회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 즈음 시작된 일본의 장기 불황도 반도체 몰락에 큰 역할을 했다. 

일시적인 불황인 줄 알았던 반도체 경기 침체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 국내 반도체 양사가 4조 원 가까운 적자를 낼 거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 발생 이후 과잉 생산이 문제여서 개선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릴 걸로 보인다.

또 하나 문제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분쟁인데,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522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중에는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반도체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을 초과한 이익을 낼 경우 이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고 조항도 있다. 우리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벌 경우 지급받았던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반납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미국 상무부와 체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이 중국에 새로운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존에 투자한 부분을 늘릴 수도 없다.

중국은 전세계 반도체 수요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이에 비해 자급률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둘 사이에 차이가 크다 보니 해외에서 많은 반도체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수혜를 봤다. 반대로 지난 3년간은 미중 반도체 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봤다. 중국의 반도체 해외수입에서 한국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에 비해 5.5%p 하락할 정도였다. 미국의 대중국 압력이 거세질수록 그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1990년대 세계 반도체 회사들이 치킨 게임을 벌일 때를 제외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의 환경이 지금보다 나빴던 적은 없었다. 우선 미중 반도체 분쟁이란 외풍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쪽으로 너무 기울면 중국시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고, 그렇다고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하자니 현실적으로 타당한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균형이 필요한 상황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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