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내걸기 쉽고 떼어내긴 어려운 '정당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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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걸기 쉽고 떼어내긴 어려운 '정당 현수막'

김칠호 기자
기사승인 : 2023-03-02 14:51:27
기간 지난 김민철 의원 의정보고회 현수막…자진 철거·단속 없어 '눈살'
金, 작년12월 정당현수막 제한 배제조항 신설…벌칙규정 개정안도 발의
의정부시 "당 사무실에 철거 통보 예정"…金측 "제작업체에 철거 독촉"
최호택 교수 "형평성 어긋나 결국 불신만 초래…정치문화 달라져야"
2일 오후 2시. 의정부시 신곡동 경기도청북부청사 사거리에 '국회의원 김민철 2023 의정보고회' 현수막이 덩그러니 걸려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현수막에는 작은 글씨로 '23. 2. 13~18'이라고 게시 기간이 적혀 있다.

집회를 마치고 곧바로 제거할 의도로 자체적으로 게시기간을 정해서 이곳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지만 12일이 지난 현재 자진 철거할 기미가 없다. 

▲ 의정부 경기도청북부청사 사거리에 걸려 있는 김민철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 현수막. 표시된 게시 기간이 한참 지났지만 그대로 걸려 있다. [김칠호 기자]

하지만 단속권을 가진 의정부시는 강제 철거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이 주도해 관련법을 개정했을 뿐만 아니라 2년 전 현수막 철거 시비로 담당 공무원 2명이 고소를 당하는 등 시달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이 현수막은 무제한 법규 신설로 전국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수막 파동의 진원지가 의정부라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9월 김 의원의 지역구인 의정부시 신곡동과 송산동에 내건 대통령후보 선거인단 모집 현수막 6장을 무단 철거했다는 이유로 김 의원의 비서관이 담당 공무원 2명을 의정부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 현수막을 철거한 행위가 정당법에 보장된 정당 활동을 방해한 것인지, 문제의 현수막 자체가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되는 것인지 팽팽하게 대립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관계부처의 유권해석을 거쳐 고소를 당한 공무원 2명 모두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김 의원이 발의하고 개정돼 지난해 12월 시행된 '옥외광고물법 제8조제8호'가 정당 현수막의 경우 허가·신고나 금지·제한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것은 고소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정 법률안 제안이유에서 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이런 구태의연한 일을 염두에 두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단속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같이 정당 현수막을 '내걸기 쉽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정당 현수막을 함부로 '떼어내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벌칙규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 법률안을 또다시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 법률안은 정당 현수막을 함부로 철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법에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광고물 제작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보다 발의된 법률안의 벌칙이 훨씬 세다. 그래서 이 법안은 죄형 법정주의에 반할 소지가 있고 공무 수행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돼 해당 소위에 상정되지 않고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배재대 행정학과 최호택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편의대로 법을 개정해서 정당 현수막을 제한 없이 내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아 결국 불신만 초래하게 된다"면서 "이제는 SNS를 활용하는 등 시대변화에 맞춰 정치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김 의원의 의정보고회 현수막이 게시 기간을 넘긴 상태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시에서 직접 철거하지 않고 지구당 사무실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 지구당사무실 관계자는 "행사가 끝난 뒤 철거하라고 제작업체에 얘기했는데 이행되지 않아서 다시 독촉했다"고 해명했다.

KPI뉴스 / 김칠호 기자 seven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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