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버틸까? 팔까?…'청년 영끌 가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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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까? 팔까?…'청년 영끌 가구' 고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3-02-27 16:55:15
무거운 빚에 허덕여…부채가 소득 3배 이상 가구 비중 22%
"금리 하락·일부 집값 반등에 버티는 가구 증가세"
임 모(31·남) 씨는 재작년 초 주택담보대출 4억 원을 받아 서울 등촌동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더 이상 망설이다가 평생 집을 살 수 없다는 불안감에 매수를 강행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 

작년부터 금리가 치솟아 이자부담은 커지는데 집값은 계속 떨어져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고민 끝에 임 씨는 지난해 하반기 집을 팔았다. 급매로 처리하느라 매수가보다 1억 원 이상 낮춰야했다. 

큰 손해를 봤지만, 그래도 덕분에 빚을 절반 이상 정리해서 임 씨는 한시름 놓았다. 최근 전셋값도 하락세라 예전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수월하게 전셋집도 구했다. 임 씨는 일단 전세 세입자로 살면서 다시 때를 기다릴 생각이다. 

최 모(35·남) 씨는 3년 전 서울 잠실동의 한 브랜드 아파트를 구매했다. 아내와 함께 총 6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터라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자녀가 있어서 '내 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년부터 집값은 뚝뚝 떨어지고 이자부담은 커져 최 씨 부부는 주택을 매도할까 하는 고민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손해보고 파는 게 싫었고, 무엇보다 자녀를 셋집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부부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대출 원리금으로 나가는 상화에서도 최 씨 부부는 아끼고 또 아껴 살았다. 

그러는 사이 올해 초 대출금리가 좀 떨어져서 한숨 돌렸다. 멀지 않은 곳의 아파트값이 반등했다는 소식도 들려와 최 씨는 계속 버틸 생각이다.    

▲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 몇 년 간 많은 청년 가구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을 감수하면서 주택을 구매했다. 그 결과 빚에 허덕이는 청년 가구들도 크게 늘었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9세 청년 가구의 부채는 평균 8455만 원이었다. 2012년(3405만 원)에 비해 10년 만에 2.48배 불어난 수치다. 

주거 마련 목적이 69.0%(5820만 원)를 차지해 대다수 청년 가구가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까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터라 많은 청년 가구가 무거운 빚을 감수했다. 연 소득 대비 부채비율(DTI)이 300%가 넘는 청년 가구가 21.8%에 달했다. 2012년(8.4%)보다 13.4%포인트 확대됐다. DTI 300%는 부채가 연 소득의 3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고금리와 집값 하락이라는 이중고가 청년 가구들을 덮쳤다. 청년 가구들은 버티거나 싼값에라도 팔거나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많은 청년 가구로 급매로 집을 처분했으며, 이 순간에도 고민 중이다. 

그런데 최근 팔기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하는 청년 가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최 씨는 "주변 지인들이나 부동산 카페 등에서 '버티자, 버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가구주 한 모(34·여) 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녀 보육 지원, 각종 할인 정보 등을 열심히 찾아보면서 생활비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껴보니 또 그렇게 살 수 있다"며 더 버틸 각오임을 강조했다. 

청년 가구들이 힘들어도 조금 더 버티는 것으로 기우는 데에는 우선 최근 금리가 하락세인 점이 크다. 최고 8%를 넘나들언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6%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이자부담이 감소했다. 

또 집값 하락폭도 조금씩이나마 둔화 추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13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월 대비 0.67% 떨어졌다.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하락세이나 하락폭은 전달(-1.19%)보다 축소됐다. 

일부나마 집값이 반등한 거래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에 따르면, 2월(19일 기준) 서울에서 1년 전 대비 매매가격이 5% 이상 상승한 주택거래 비율은 19.2%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주택시장에 단기간에 전반적으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상당 기간 어려움을 감내해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올해 안에 집값 하락세가 멈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내림세인 전세시장을 주목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하락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셋값이 반등하기 전에는 집값 반등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이자, 생활비 등 내 재정상황을 꼼꼼이 살펴서 최소 2~3년 간은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버티기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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