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난쏘공' 작가 조세희 별세…분노로 쏘아 올린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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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작가 조세희 별세…분노로 쏘아 올린 이야기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2-12-26 00:46:03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노동소설 새 지평 열어
노동자와 가진자들 세계관 통해 한국사회 모순 드러내
"30년 후에도 내 소설 여전히 읽을 것이라고 상상 못해"
"젊은이들, 냉소주의 배격하고 희망의 끈 놓지 말아라"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노동 소설의 새 지평을 열었던 작가 조세희가 25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25일 별세한 소설가 조세희는 "글을 쓰는 건 늘 싸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1942년 경기 가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지만 이후 침묵을 지키다 1975년 '문학사상'에 '칼날'을 발표했고, 1978년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펴냈다.

'뫼비우스의 띠' '우주여행'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단편 12편으로 구성된 이 연작소설집은 1970년대 민감한 사회문제였던 빈민과 노동자의 삶을 연작 형식으로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장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난장이로 상징되는 가난한 노동자와 가진 자들의 대립적 세계관을 통해 우리 사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이 소설 출간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고인은 "30년 후에도 내 소설을 여전히 읽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이 쓰지 않으니 내가 써야겠다는 사명감만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 소설은 출간 이후 올 7월까지 320쇄를 돌파했고, 누적 발행수는 148만 부에 이른다.

고인의 부음을 접한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당시에 출간됐던 여타 노동소설들이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면 조세희의 '난쏘공'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면서 "1970년대의 한 노동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그 이야기를 고통스럽게 전하고 있는 한 작가의 분노와 부끄러움의 이야기"라고 술회했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부고를 전하면서 "오랫동안 불의한 체제에 맞서 싸웠으나 이제는 분노할 힘마저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20대들은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라. 냉소주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공동의 일, 공동의 숙제를 해낼 수가 없다.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고인의 2011년 문학 강연 내용을 전했다.

▲1978년 출간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왼쪽)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판사를 옮겨 여전히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난쏘공' 이후 고인은 소설집 '시간여행'(1983)과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1985)를 펴냈다. 1990년 무렵 잡지에 연재한 장편소설 '하얀 저고리'는 원고를 매만지기만 하다가 끝내 책으로 내지 않은 채 작고했다. 동학농민전쟁에서 1980년 5·18광주항쟁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을 출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글을 쓰는 건 늘 싸우는 느낌"이라며 "작가가 제일 어려운 건 좋은 글을 쓰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어려운 일은 안 쓰는 것, 세 번째로 어려운 건 침묵을 지키는 일인데 난 침묵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자들의 넘치는 '사랑'과 '침묵' 사이에서 고뇌해온 그의 발언은 자본과 존재증명 욕구의 유혹 속에 자신과 쉽게 타협하는 작가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수긍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는 "사랑, 그거 아무나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그때 말했다. 1995년 파리에서 한국 작가들을 초청한 '한국문학포럼'이 열렸을 때 "나는 지금 한국에서 손을 보다가 팽개치고 온 작품 때문에 초조할 따름"이라며 관계자들의 흥분된 모습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보이던 모습도 겉으로 드러난 '침묵'과는 달리 자신의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했던 자세를 엿보게 한 일화다.

고인은 1979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1997년 인문사회 비평잡지 '당대비평'을 창간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최영애 여사, 아들 중협, 중헌이 있다. 빈소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발인은 28일 오전 9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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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소설가, 문학전문기자. 일간지에서 30년 가까이 주로 문학전문기자로 일함. 1998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발표.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장편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 한무숙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 무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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