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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잃고 누나 잃고…벼랑에 선 이태원 생존자들

탐사보도부
기사승인 : 2022-12-14 17:48:12
정부, 치료비 전폭 지원 약속했지만 현장에선 우왕좌왕
가족들 "의사가 권한 도수치료인데 결국 개인 돈 냈다"
일부 응급실 치료비도 본인 부담해…적극적 지원책 필요
운 좋게 생존했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친구를 잃고, 누나를 잃고, 생존자들은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날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친구 둘을 잃은 고등학생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의 한 숙박업소에서 싸늘한 주검을 발견됐다. 

10·29 이태원 참사 후 한달 보름이 지났지만 생존자들은 그날의 고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정권의 태도다. 집권여당에선 "정쟁"이니, "한몫 챙기자는 수작"이니 하는 2차 가해의 막말이 튀어나온다. 

▲ 11월11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서창완 기자]

부산에 사는 B 씨는 그날 누나와 서울 이태원에 갔다. 당시 그는 인파에 휩쓸려가던 중 가까스로 구조돼 목숨은 건졌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정도로 부상했을 뿐이다. 하지만 누나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충격에 빠진 B 씨는 고3임에도 올해 수능을 포기해야 했다. 시간이 약은 아니었다. 그는 누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지금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하루하루 죄책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현재 정부 대책이 철저히 사망 희생자에만 맞춰져 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부상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황이다. 현재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식 SNS에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부상자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희생자인 배우 고(故) 이지한 모친 조미은 씨는 "유가족 모임이 이제 겨우 꾸려진 상황이다 보니 부상자 의견을 구하는 공간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면서 "이러다보니 유가족 협의회 내 부상자 가족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부상자는 196명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상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정부가 지원하는 의료비에는 2022년 10월 29일부터 2023년 4월 28일까지 6개월치에 대한 급여 진료비, 비급여 진료비, 약제비 본인부담금이 총망라돼 있다.

장애진단 판정을 받을 경우 500만~1000만 원 상당의 구호금이 지급된다. 총리실 산하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질병인지 여부는 의료진 판단을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용시술, 치아교정, 예방접종, 건강검진, 부대비용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B 씨 가족 C 씨는 "의사가 도수치료를 권해 치료받았는데, 나중 건강보험공단에서 '도수치료는 지원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D 씨는 "사고 직후 간 병원 응급실 치료비 80만 원도 우리 돈으로 냈다"면서 "지금도 통원 치료 때 병원에다 '이태원 참사 부상자'라고 하면 치료비 정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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