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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기반시설 파괴하는 러시아의 노림수는?

김당
기사승인 : 2022-11-24 17:53:31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 공습…"빛·열·물 차단해 얼려 죽이려"
"수백만명의 유럽행 피란민 발생시켜 종전 협상 우위 차지하려"
유럽의회, '러시아 테러지원국' 지정…젤렌스키, 단호한 대응 촉구
우크라이나 전역이 빛과 열, 그리고 물이 끊기는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비슈호로드 마을에서 23일(현지시간) 소방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포격 현장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받고 정전과 단수 등 피해가 잇따랐다. [AP 뉴시스]

러시아가 23일(현지시간) 미사일 70발을 발사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의 잇따른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력시설 절반 이상이 파손된 가운데, 러시아는 이날도 주요 에너지 시설을 표적 삼아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반시설 목표물에 순항미사일 70발과 드론 5대를 발사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방공군이 이 가운데 러시아 순항미사일 51발과 드론 5대 모두를 격추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시와 키이우, 빈니차, 르비우, 자포리자 주에 있는 주거용 건물, 화력 발전소, 변전소를 공격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 공습의 결과로 에너지, 난방, 물 공급이 광범위하게 중단되었다고 보고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현재 도시 일부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물도 끊겼다"며 "오늘 밤 전기와 물이 다시 공급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4명이 숨지고 3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습으로 인해 300만명이 넘은 사람이 살고 있는 키이우 지역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도시 전체 또는 일부가 정전 사태를 겪었다.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운영사 우크레네르고는 성명을 내고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모든 지역에서 긴급 정전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헤르손에서 철수한 러시아의 공격은 영토를 빼앗는 국지전 대신에 이처럼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전역의 민간 및 에너지 기반시설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미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22일 "러시아군이 고정밀 무기 시스템의 무기고를 지속적으로 고갈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중요 인프라를 대규모로 공격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ISW는 러시아의 최근 군사적 움직임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동부와 돈네츠크 서부지역에서 진지를 강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에너지 기반시설에 집중된 러시아의 미사일 공세는 병력과 영토 손실을 최소화해 국내의 반전 여론을 누그러뜨리면서 우크라이나 군의 전투 의지를 떨어뜨리고 우크라이나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종전 협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헤르손에서 철수한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 및 에너지 기간시설을 집요하게 공격해 수백만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열과 빛, 수도가 끊긴 채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군사적 승리가 어려워진 러시아가 대규모 피란민을 발생시켜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이런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가뜩이나 한계 상황인 우크라이나 경제가 붕괴 위기에 몰리고 수백만명의 피란민이 국경을 넘어 인근 유럽 국가로 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나 말야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에너지 기반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후방 지역을 보호하느라 동·남부 전선에서 관심을 돌릴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동기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시 다닐로프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의 미사일과 무인 항공기 공격이 우크라이나를 협상으로 몰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미 전쟁연구소(ISW)의 23일(현지시간) 오후 3시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인터랙티브 전황지도. ISW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투 의지를 떨어뜨리려는 잘못된 시도로 우크라이나의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또 다른 대규모 조직적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고 분석했다. [ISW 누리집 캡처]

ISW는 23일 업데이트한 전쟁 평가에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전투 의지를 떨어뜨리려는 잘못된 시도로 우크라이나의 중요 기반 시설에 대한 또 다른 대규모 조직적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공격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화상 연결을 통해 회의에 참석한 그는 "오늘 하루만 70발의 미사일이 떨어져 우리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병원, 학교, 교통, 주거 지역 모두가 고통을 겪었다"면서 "그것이 러시아의 테러 공식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매우 단호한 반응"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명히 겨울을 무기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얼려서 굴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당사국인 만큼 이 사안과 관련해선 투표권을 줘선 안된다며 "우리는 한 국제적 테러범의 인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거부권을 지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까닭에 안보리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유럽연합(EU) 의회가 이날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그나마 우크라이나에 위안을 안겨주었다.

유럽의회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의회의 이번 결의안은 법률적 후속 조치가 없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데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 효과는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제출되거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테러지원국 지정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은 러시아와의 교역을 사실상 전면 중단해야만 한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일종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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