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호미로 막을 신용위기 가래로도 못막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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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호미로 막을 신용위기 가래로도 못막는 정부

UPI뉴스
기사승인 : 2022-11-11 08:54:18
신용위기 잠재우려면 초기에 정부의 적극 대처 있어야  신용위기는 금융기관이 상대를 믿지 못할 때 발생한다. 돈을 안전하게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이자가 제 때 들어올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거래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신용위기는 심리에서 출발하는 만큼 치유가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이 돼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신용위기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용위기가 또 다른 큰 위기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기업은 필요한 자금을 얻을 수 없어 도산하게 된다. 이렇게 망하는 기업이 늘면 작은 금융기관부터 부실해져 결국 은행까지 영향권내에 들어간다. 미국 금융위기를 비롯해 많은 위기가 이렇게 발생했다.

▲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신용위기를 촉발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지난달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귀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신용위기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미국정부가 AIG생명 하나를 구하기 위해 15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1조1000억 달러의 자산과 전 세계 130개국에 74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AIG생명이 몰락하면, 소비자의 자산손실 등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본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일랜드는 모든 예금에 대해 정부가 지급을 보증했다. 신용위기에 대처하는 조치들이었다.

강원도에서 시작된 신용 불안이 여러 곳으로 번지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이 들어오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이 저축은행을 믿지 못해 예금보험이 적용되는 5천만원 한도 내에서 돈을 맡기다 보니 대출 재원 부족으로 영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채권을 발행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는 채권이 팔리지 않아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증권사는 부동산PF를 시행하는 과정에 많은 약속을 했다. 자금이 조성되지 않으면 모자라는 부분을 증권사가 떠안겠다는 약속부터 미분양이 날 경우 이를 해결하는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까지 내용이 다양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증권사의 부동산PF금액이 올해 3월 말 현재 29조 정도 된다. 이중 위험도가 높은 매입 확약 잔액이 15조 원을 넘는데, 매입 확약은 부동산PF 관련 금융상품이 시장에서 차환발행 또는 판매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물량이다. 

부동산 PF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돕기 위해 대형증권사 중심의 민간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했지만 어려움이 해소될 정도는 아니다.

2천억으로 시작된 레고랜드 사태가 정부가 '50조+알파'의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국면으로 발전하더니, 이제는 5대 금융지주가 95조의 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커졌다. 신용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잘못된 하나의 판단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르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신용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초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신용위기를 잠재울 만큼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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