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김진태 방화, 정부 무능의 합작품 '레고랜드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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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김진태 방화, 정부 무능의 합작품 '레고랜드 사태'

UPI뉴스
기사승인 : 2022-10-28 09:00:28
위기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들어맞아야 한다.

우선 위기 상황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위기가 발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의 오판이 있어야 한다. 상황을 축소하거나, 정부의 힘을 과대 평가해 상황을 잘못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정부의 무능이다.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정부가 이를 수습하지 못하는 건 물론, 사태가 벌어진 후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면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외환위기 1년 전부터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1997년에 무역적자가 특히 심해 매월 30억 달러 가까운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위기가 발생하기 몇 달 전에는 대기업의 연쇄 부도가 있었다. 기아를 비롯해 한 달에 두세 개 대기업이 재무 악화로 넘어갈 정도였으니까 위기 상황이 분명했다. 

그해 7월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외채 만기가 돌아와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연장이 될 거라 믿고 있었다.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한국 경제 펀드멘털은 튼튼하다'라는 말이 이런 배경하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오판이다.

10월에 외환부족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냈지만 정부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한도를 늘려 외환이 들어오게 만드는 조치 등 몇 개 대책을 내놓았지만, 매일 빠져나가고 있는 달러 액수를 감안하면 대책이라고 얘기하기도 무색할 정도였다. 

지금은 어떨까?

국내외 경제 모두가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예상되는 경기 침체, 자산버블 붕괴 위험까지 어느 한 나라도 편안한 곳이 없다. 

여기에 오판이 더해졌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건설에 필요한 돈을 빌리면서 약속했던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채권시장이 난리가 났다. 민간기업도 예외 없이 이행하는 지급보증을 지자체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 채권 발행에 실패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중단돼 건설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강원도의 어리석은 판단이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정부의 대응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고 한 달 가까이 지난 10월 21일까지 정부 대책은 채권안정기금이 쓰지 않고 남아있는 돈 1.6조 원으로 대응하겠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채권시장에 불이 나 사방으로 번지는데, 물 한 동이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지금은 정부가 무능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재원을 초반에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 돈을 푸는 게 최근 시행하고 있는 긴축정책과 맞지 않아도 이에 연연하면 안 된다. 지금은 위기 상황을 수습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쌓이면 상황이 어렵지 않게 수습될 것이다. 시장은 믿음을 토대로 존속하는데, 그 믿음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능력에 의해 좌우됨을 명심해야 한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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