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푸르밀 오너는 기업가인가, 장사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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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푸르밀 오너는 기업가인가, 장사꾼인가

UPI뉴스
기사승인 : 2022-10-22 18:51:56
푸르밀의 전 직원 정리해고, 위법 가능성 커
푸르밀, 직원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자산 보유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가 정신 어디 갔나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돌연 사업종료를 선언하고 전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푸르밀은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돼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본사와 대구, 전주 공장 직원 350여 명은 지난 17일 정리해고 통보를 이메일로 받았다. 

직원들 이외에도 협력업체, 우유를 대주던 낙농업체, 대리점, 화물차 기사에 이르기까지 이번 푸르밀의 사업종료로 망연자실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IMF 위기 때 기업이 도산해 쏟아져 나오던 실직자의 대열을 떠오르게 한다.

폐업이 아닌 사업종료, 왜? 

기업을 하다가 보면 망하는 사례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법정관리 신청이라든가 파산이라든가 하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푸르밀이 택한 사업종료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 법적인 용어도 아니다. 

사업종료의 의미를 찾아보기 위해 검색해 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면서 사업종료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직원들을 다른 부문으로 전환 배치했다는 내용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이번 푸르밀의 사업종료는 전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봐서 사실상 폐업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폐업이라는 말 대신 사업종료라는 단어를 택한 것을 보면 유제품 사업은 종료하지만, 법인은 그대로 살려 두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폐업을 택하게 되면, 그동안 적자를 이유로 감면 혜택을 받았던 법인세를 토해내야 하고 그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푸르밀 제품

폐업이 아니라면 일방적 정리해고는 위법 가능성 커

법인을 청산하는 폐업이나 파산이 아니라면 정리해고는 엄격히 제한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리해고를 위해서는 ①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③해고 대상자 선정이 공정해야 하고 ④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푸르밀은 2018년 이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①번 항목은 충족하지만, 나머지는 조건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법적인 해석을 차치하더라도 푸르밀은 직원들을 보호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푸르밀의 문래동 본사 부지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472억 원으로 실거래가로 따지면 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주, 대구 공장과 부산 해운대 부동산을 합치면 자산 규모가 1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푸르밀이 사업종료 이후 가족기업인 대선건설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부동산 개발로 얻게 될 이익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추진하면 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듣도 보도 못한 전 직원 정리해고와 사업종료라는 해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기업가와 장사꾼 

기업의 오너를 평가할 때 기업가라는 말로 대접해 주기도 하지만 이윤에만 급급한 경우에는 장사꾼이라는 말로 비하하기도 한다. 기업 운영을 통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직원과 협력업체, 기업을 통해 연관을 맺은 모든 사람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둔 오너가 기업가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오직 자신과 일가의 잇속만 챙기고 기업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주머니를 채우려는 오너는 아무리 고상한 사업을 하더라도 장사꾼일 뿐이다.

요즘 우리는 장사꾼을 너무 많이 접하고 있다. 20대 여성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사고가 난 기계를 흰 천으로 덮고 그 옆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광경에서는 할말을 잃었다.

또 국민 메신저라는 기업이 재난대처에는 허술하면서도 쪼개기 상장으로 잇속을 채워왔다는 사실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가 전 직원 해고에 나선 푸르밀을 보면서 기업가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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