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풍산의 물적 분할, 금융당국의 규제 피하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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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풍산의 물적 분할, 금융당국의 규제 피하려는 꼼수?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9-14 13:51:23
풍산, 인적 분할 아닌 물적 분할 이유 명확하지 않아 '의구심'
상장 안 하겠다지만…상장 전 투자 유치도 주주 가치 훼손
소액주주에 신설회사 주식 나눠주는 등 보호방안 제시돼야
증권시장이 다시 물적 분할 문제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풍산이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풍산은 동파이프와 소전 등을 생산하는 구리 사업 부문과 총탄 등을 생산하는 방위산업 부문, 2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인 풍산디펜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분할은 존속회사인 풍산이 풍산디펜스의 발행 주식 100%를 취득하는 단순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되고 분할 기일은 12월 1일이다.

풍산은 이번 물적 분할이 서로 다른 성격의 구리 사업 부문과 방산 사업을 분리해 부문별 독립 경영체계를 갖춰서 사업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와 SK, 카카오 등의 물적 분할에서 존속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경험을 한 소액주주들은 풍산의 물적분할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분할 후 상장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풍산의 매출을 보면 구리 사업 부문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방산 부문은 30%이지만 방산 부문의 성장성이 더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풍산은 신설회사 풍산디펜스를 비상장법인으로 유지해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풍산디펜스를 국내외 증권시장에 상장하고자 할 경우 풍산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일부 증권사들이 주주 가치 훼손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풍산의 물적 분할 발표는 찜찜한 구석을 지울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 풍산 제품생산 현장. [풍산 홈페이지]

풍산은 왜, 금융당국의 물적 분할과 관련한 규정 개정을 피하려는 것인가?

풍산이 물적 분할을 발표하기 불과 사흘 전 금융위원회는 물적 분할에 따른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크게 3가지다. ①물적분할 추진 기업의 공시 강화 ②물적분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③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 상장 시 상장심사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번, 상장심사 강화 항목은 어차피 풍산디펜스도 적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머지 2개 규정이다.

금융 당국의 개정안의 공시 강화 규정에 따르면 물적 분할을 하려는 기업의 경우 그 이유를 명확하게 공시해야 한다. 물적 분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적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풍산의 발표를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방산 부문의 독립 경영 체제를 위한 것이라면 인적 분할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한 해명이 없다. 
 
풍산의 물적 분할을 포스코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 분할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시장은 마뜩잖지만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풍산은 이미 풍산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물적 분할의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두 번째 규정인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 매수 청구권은 자칫 물적 분할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 풍산의 어떠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증시에서는 물적 분할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현재 풍산의 주주 구성을 보면 풍산 홀딩스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을 합쳐 38.08%이고 여기에 국민연금 8.16%를 더해도 46% 수준이다. 따라서 50%가 넘는 일반 주주 가운데 상당수가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물적 분할은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결국 이번 풍산의 물적 분할 발표는 금융당국의 물적 분할 규제 강화를 피해가려는 꼼수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상장 전 투자 유치, 역시 주주가치 훼손의 문제 발생

물적 분할이든 인적 분할이든 기업이 사업부를 분할해 신설 법인을 만드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부진한 사업 부분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거나 성장성이 있는 사업부문을 투자를 통해 더 키우자는 것이다. 다만 인적 분할 이후 투자를 유치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물적 분할을 선호해 왔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주식가치는 희석되기 마련이어서 주가 하락이라는 손해를 봐왔던 것이다. 

풍산은 풍산디펜스를 물적 분할하더라도 상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새 투자금을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약속이 상장 전 투자 유치도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지는 않는다. 상장을 통하지 않더라도 풍산디펜스에 다른 투자금이 유입된다면 기존 풍산 주주의 주식 가치 훼손은 정도의 차이일 뿐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상장 전에도 투자 유치를 하지 않고 풍산의 100% 자회사로 두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게 된다. 투자도 받지 않을 것이면서 왜 물적 분할을 하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립 경영을 위해 분할해야하겠다면 인적분할이 더 타당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물적 분할 규제의 핵심은 기존 주주의 이익 보호에 중점 둬야

금융 당국이 물적 분할을 규제하기로 나선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풍산의 경우를 본다면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물적 분할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있는 관리 방안이 마련돼 할 것이다. 또 물적 분할을 아예 금지할 것이 아니라면 물적 분할을 하더라도 소액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번 발표에는 빠져 있는 모회사 소액 주주에게 자회사의 공모주를 일정 부분 강제 배정하는 방안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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