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최영진의 부동산경제] 실현성 낮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 불신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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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경제] 실현성 낮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 불신만 키웠다

최영진
기사승인 : 2022-08-21 18:47:05
한꺼번에 수도권 5개 신도시 재정비 불가능
270만 가구 공급에 매몰된 졸속 계획 지적
기존 목동·상계 신시가지 등과 형평성 충돌
섣부른 공약으로 주민들 원성만 키운 꼴
참 성급했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큰 주택정책을 면밀한 검토도 안하고 불쑥 공약으로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것도 용적률까지 대폭 높여주는 것을 비롯해 특별법까지 만들어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부터 하는 바람에 뭇매 맞는 사달을 불러온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관련 얘기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8·16 대책'에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 내용이 당초 공약과 좀 다르게 언급되자 해당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 재건축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은 실현성이 떨어지는 사안임을 직감할 것이다.

한마디로 표를 얻기 위한 미끼였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파급 영향을 생각지도 않고 덜렁 공약으로 내놓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처음 공약 만들 때 재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 작품은 아닐 것으로 믿고 싶지만 공약 내용을 뜯어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도시 재정비에 대한 상식만 있어도 절대 이행이 불투명한 이런 공약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당초 공약을 수정해 올해 하반기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착수해 2024년 중반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이를 토대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기서도 졸속 계획이 우려된다.

보통 대규모 신도시 정비 관련 마스터 플랜을 완성하는 데는 4∼5년가량 소요된다는 게 용역업계의 진단인 점을 고려할 때 1년4개월여 만에 마무리 짓는 것은 무리라는 소리다.

항간에 2년 후에 있는 국회의원 선거 공약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 더욱 염려스럽다.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 5월 2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초원7단지 부영아파트에서 열린 1기 신도시 노후아파트 현안 점검에 참석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1기 신도시 특혜주면 목동·상계동 등도 동일 혜택 줘야
 
1기 신도시 공약의 허점을 보자. 우선 1기 신도시만 대폭적인 용적률 상향 특혜를 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추진 중인 재건축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로 충돌이 불가피해서 그렇다.

어느 곳은 준공 40년이 넘었는데도 여러 규제에 묶여 재건축이 삐걱대는 판에 30년 갓 넘은 1기 신도시에는 온갖 혜택을 부여하면서 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공약에는 현재 169(일산)~226%(중동)의 용적률을 300~500%로 높여주는 것으로 돼 있다.

이런 내용이 발표된 지난 4월에 분당의 일부 아파트는 단번에 수억 원이 오를 정도로 공약 파급력은 엄청났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아파트 자산 가치도 커지는 법이다.

공약이 나오기 전만 해도 1기 신도시는 재건축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시각이 강했다. 지금의 규정에서는 일반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일산이나 분당의 일부 아파트만 재건축 얘기가 나돌았다.

다른 아파트는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분위기였다.

기존 도시 내 불량주택·노후아파트 재정비가 시급 
 
다음은 사업의 시급성 문제이다.

도시 발전 차원에서 볼 때 기존 도시 내의 불량주택 재개발이나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시급한 과제이지 잘 정비된 1기 신도시는 아직 급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말 주택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몰라도 도시 재정비 차원에서는 기존 낙후 지역 개발이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게 옳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적극 지원할 경우 이보다 준공 나이가 많은 목동·상계 신시가지도 똑같은 혜택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1기 신도시도 중요하지만 서울 시내 대단위 주택단지 정비를 통한 공급 확대가 주택가격 안정에 더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검토돼야 할 사안은 수도권 5개 신도시에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벌일 경우 기존 주택시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슨 소리냐 하면 아무리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해도 신도시마다 많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경우 철거에 따른 이주민 유입으로 주변 지역 집값을 부추길 염려가 크다. 그렇다고 지금의 기존 단지처럼 각자도생식으로 찔끔찔끔 추진할 수도 없지 않은가.

주택 안정을 위한 공급 방안은 철거시점에 집값을 왕창 올려놓았다가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쯤 반대로 폭락 사태를 만들어내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하는 후유증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표 얻기 위한 정치 공약 오히려 부작용만 키워
 
도시기반시설 과포화 문제도 점검해야 할 사안이다.

이 문제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어 도시 전체의 구조를 재정비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인 듯하나 기존 단지 정비사업은 빈 땅에 신도시 건설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단지별로 지분율이 다르고 조망과 지역 여건에 따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어 한 단계 발전된 신도시 재정비 사업을 위한 여러 단지 통합개발이 쉽지 않다.

기존 아파트처럼 단지별로 재건축하는 방식이 가장 간편하다.

이렇게 되면 가구 수 증가에 따른 인프라 확충 작업이 쉽지 않다.

땅속에 묻혀있는 상·하수도관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를 늘어난 용량에 맞게 다시 설치하는 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야말로 신도시 조성과 다를 게 없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수반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공사를 일시에 추진할 수도 없을 뿐더러 순차적으로 한다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는 재건축 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사업 채산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런 문제 때문에 용적률을 2배가량 높여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이 사안은 원점으로 돌아와 기존 단지와 신시가지 재건축 사업과 형평성 시비를 낳게 된다는 의미다.

인구 감소로 빈집이 자꾸 늘어나는 문제는 차치하고 수도권 5개 신도시 재정비 촉진을 통해 10만 가구를 더 공급하겠다는 공약은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공약 입안자는 이런 사안까지 감안하고 대책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공약이 제시한 신도시 재정비 계획은 정말 어려운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까 정치권은 제발 표를 얻기 위해 섣불리 공약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 최영진 대기자 / 도시계획박사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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