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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문제? 민주당, '97세대 역할론' 부상한 배경은

조채원
기사승인 : 2022-06-14 14:44:18
강병원 "역사적 사명 피할 수 없어"…당권도전 시사
강훈식·박주민·박용진·전재수·이재정 등이 꼽혀
비명계서 주로 나와 이재명 출마 저지 분석도
최진 "이념의 세대교체, 민주당 직면한 과제"
김두수 "당내 민주화가 세대교체 시작될 것"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8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14일 시사했다. 

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권에 도전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역사적인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진지하게 여러 의원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비공개 회의임을 알리고 있다. [뉴시스] 

강 의원은 71년생으로, 최근 당 쇄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재선 의원이다. 최근 민주당에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중 한 명이다.

강 의원은 "당내 많은 논의를 통해 좋은 혁신안을 만들어냈는데 이재명 후보, 친문 대표주자, 586 대표주자가 이야기하면 민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당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등장해 당을 바꿔 보겠다고 얘기한다면 파급력이 확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4·7 재보선과 20대 대선, 6·1 지방선거에서 굴욕의 '3연패'를 당하면서 에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 주류인 86세대는 2선으로 물러나고 97세대가 차기 전대를 통해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세대교체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나이에 얽매인 세대 논쟁만으로는 당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97세대 중에는 역시 71년생인 박용진 의원도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이재명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제기한데다 전대 룰 변경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그는 "당심과 민심 각각 50:50으로 구성하는 선출방식을 합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70년대생 중 재선 그룹인 강훈식·박주민·전재수·이재정 의원 등이 86세대를 대체할 차기 지도부로 꼽힌다. 

97세대 역할론에 불을 지핀 건 이광재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대표적인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정치인이다.

▲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가 지난달 19일 원주시청 다목적홀에서 원주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그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과 전해철 의원, 홍영표 의원의 전대 불출마는 당 단합에 도움이 되고 쇄신과 세대교체라는 면에서도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세 사람이 출마하지 않으면 충청권의 강훈식, 영남권의 전재수, 제주의 김한규 등 젊은 층의 공간이 열리고 '이준석 대체효과'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번 전대 역시 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며 "지금 민주당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썼다. 

세대교체론의 배경엔 계파갈등 뿐 아니라 86 운동권 정치세력의 고질인 '이념 과잉'이 자리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이날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대교체론의 본질은 86 운동권 정치에 대한 심판과 이념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개인주의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가진 97세대 정치인이 발휘하는 소신, 중립성은 민주당의 쇄신에 요구되는 역량 중 하나"라며 "탈이념적, 중도적인 세대가 주류로 부상했을 때 민주당은 민심과 더 가까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심판받은 민주당의 탈이념화, 중도지향 강화는 민심의 요구라는 설명이다.

당내에서는 세대교체론 요구가 사실상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는 인사들이 대부분 친문계, 정세균계 등 비명(비이재명)계에 속한다는 점에서다. 친문계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전해철 의원은 이 의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접는다면 출마하지 않고 97세대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나이로 접근한 인물 중심의 교체는 무의미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어느 계파에 있건 결국은 이념, 가치, 비전을 내세워 차기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입증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86 중진으로 분류되는 우원식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민생과 개혁 노선에 대한 평가와 자기만의 분명한 대안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를 간과하고 '586 용퇴하라, 70년대 이하로 하자'고 세대 간의 문제로 본다거나 사람논쟁으로 진행된다면 국민이 우리가 제대로 반성하고 거듭 나는 민주당으로 인정해주실 것인가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97세대 정치인이 주류로 부상하기 어려웠던 배경이 있다. 민주당이 한동안 주류에 거스르는 의견이나 새로운 생각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왔다는 것"이라며 "실험적인 비전 제시와 정책적 해법에 대한 의견 교류의 장을 넓히는 것부터가 세대교체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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