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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도덕적 우월감'의 저주, 민주당 성폭력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5-23 14:22:11
도덕적 우월감은 진보좌파의 고질적 병폐
잇단 성범죄는 도덕적 면허 효과의 결과물
나쁜짓 정당화하는, 도덕적 우월감 벗어나야
불과 7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성누리당'으로 불렸을 정도로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정당이었다. 그런데 이젠 더불어민주당이 '더듬어만지당'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처지가 바뀌었으니, 이게 웬일인가.

지난 5월 12일 민주당은 3선 중진 의원인 박완주의 "성 비위가 확인돼 제명 처분했다"면서 피해자와 국민께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은 박 의원 말고도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 김원이 의원실 보좌진의 성폭력 관련 2차 가해 사건 등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며 "이런 상황은 민주당의 성폭력 근절 의지가 여전히 부족한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과거야 어찌됐건, 왜 보수적인 국민의힘보다는 진보적인 민주당에서 이런 사건이 더 많이 일어나는 걸까? 민주당의 성폭력 근절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김기현은 민주당을 향해 "박원순·오거돈·안희정을 관통하는 '성범죄 DNA'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성범죄 전문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는데, 과연 그런 건가?

'성범죄 DNA'나 '성범죄 전문당'이 따로 있을 리는 만무하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권력의 자기도취 효과가 만들어낸 비극으로 보는 게 옳으리라. 다만 민주당의 경우엔 '도덕적 우월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도덕적 우월감은 진보좌파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의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돼 왔다. 오랜 세월 진보정당 활동을 해온 주대환은 <한국사회와 좌파의 재정립>(2008)이란 책에서 "좌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도덕적 우월감을 내버려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일독립 운동의 흐름을 이어받고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는 자부심과 '조국과 민족,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했다'는 생각을 멀리 내던져버려야 한다. 그동안 좌파는 친일하지 않았고 독재에 부역하지 않았다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그 도덕적 우월감은 종종 무능이나 나태, 무지를 감추고자 앞세우는 핑계가 되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의 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이철희는 정치평론가 시절에 쓴 <이철희의 정치썰전>(2015)에서 "진보가 보여주는 꼴불견 중에 하나가 도덕적 우월 의식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덕적 우월 의식은 윤리적으로 볼 때 진보는 선(the good)이고, 보수는 악(the bad)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진영논리, 이분법의 표현이자 무능의 발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편을 따지고, 실력이 없을수록 진영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선한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선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굳이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를 열심히 비판하고, 부정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렇다면 성범죄는 도대체 그런 도덕적 우월감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이른바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라는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이 선행이나 도덕적 행동을 하면, 도덕성에 대한 자기 이미지(self-image)가 강해지는데, 이런 긍정적 자기 이미지는 자기 정당화의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미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정도 나쁜 일은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심리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심리 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권력이 있을 경우, 성범죄로까지 나아가게 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질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직장 상사의 '갑질'도 '도덕적 면허'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 러셀 존슨은 판매업과 제조업, 복지·교육 관련 기업의 관리자들을 관찰 추적해 상사들이 갑질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갑질하는 상사들은 대부분 '윤리적'이라는 특징이 있었으며, 이들은 그동안의 선한 행위를 통해 도덕성에 대한 자기 이미지가 강해져 부하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은 "도덕적 면허 효과는 사람들이 실제로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착해보이는 것, 착한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씁쓸한 느낌을 주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가 도덕적 우월감을 좀더 심각하게, 아니 두렵게 생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제안으로 이해하는 게 좋겠다.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사람들은 부도덕해지기 쉽다는 걸 말해주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으니, 이를 '도덕적 우월감의 저주'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저주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도덕적 우월감'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할망정 그걸 약하게 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성범죄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선 그런 시도를 병행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게 아닐까?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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