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베이징대 합격해도 '안 가'…중국 공부천재가 노린 시험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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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합격해도 '안 가'…중국 공부천재가 노린 시험 재테크

조채원
기사승인 : 2020-10-28 17:57:13
적성 안 맞아 자퇴한 학교·학과 또 지원해 장학금 수령
시험 천재들 행태에 '명문대 중심주의' 자성론 일어
한 공부 천재의 '시험 재테크'가 중국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베이징대학 간호학과에 두 번이나 합격하고도 '삼수'를 선택한 구이저우 출신의 천인(陈印) 군의 이야기다. 그는 대학에 합격하면 받기로 했던 장학금 지급이 미뤄지자 언론에 제보해 부당함을 주장했다. 결국 그는 총 두번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명문대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천인 사건'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 중국 베이징대학교의 서문. 편액은 마오쩌둥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셔터스톡] 

매년 '중국 최고대학' 자리를 두고 용호상박을 벌이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올해 구이저우성에서 대입시험인 가오카오에 응시한 학생은 47만602명인데 그 중 이 두 대학에 최종 합격한 학생은 100명 내외일 만큼 극히 소수다. 그만큼 이들은 전도유망한 인재로 인정받으며, 지역 정부나 기업, 지역단체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천 군 역시 2019년, 처음 베이징대 간호학과에 합격했을 때 모교로부터 10만 위안(한화 1688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베이징대 학부생의 1년 등록금은 5000위안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간호학이 천 군의 적성과 맞지 않았던 것. 그는 입학한 지 한 학기 만에 베이징대학을 그만두고 모교로 돌아와 다시 대입시험을 준비했다. 중국은 고교 졸업생이 대입시험에 재도전할 경우 일반고등학교로 돌아와 현역 고3과 함께 혹은 재수생들끼리 수업을 듣는 '고4 재수반 제도'를 운영한다. 사교육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천 군은 2020년 대입시험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그가 목표했던 베이징대 '수학과'에 합격할 점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그에게 해당 고등학교의 교장은 '베이징대 간호학과는 합격할 수 있으니 지원하라'고 제안했다. 그를 제외하면 올해 베이징대에 합격할 만한 학생이 없다는 이유였다. 교육열이 높은 중국에서 명문대학 진학률은 해당 고등학교의 우수성을 가늠하는 중대한 척도로, 명문대학 진학률이 낮은 고등학교는 신입생 모집에서부터 타 학교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측면이 있다.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한 학과에 또 지원한다는 것이 천 군도 썩 내키진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가지 않을 학교니 불합격해도 그만이었다. 그리고 합격하면 그의 손에 또 10만 위안이 쥐어지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돈에 흔들린 그는 결국 다시 베이징대 간호학과에 지원했고 합격한 후 진학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모교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에서의 '삼수'.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교장이 약속한 장학금의 지급이 늦어졌고, 장학금을 줄 생각이 없는 것이라 생각한 그는 언론 등에 이를 제보한 것이다. 

▲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천인 군 [소후닷컴 캡처]


사실 천 군처럼 명문대학을 합격하고 중퇴를 반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천 군 이전에 화제가 됐던, 장페이(张非)라는 공부 천재가 있었다. 그도 역시 칭화대에 두 번, 베이징대에 한 번, 푸단대에 한 번 합격한 '카오바(考霸 시험의 제왕)'다.

그가 대학입시를 4번이나 치른 이유는 대학에 진학한 후 인터넷게임에 빠져 퇴학과 재입학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장학금이 문제가 된 천 군과는 다른 경우지만, 학업에 뜻이 없는 이가 시험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의 기회를 반복적으로 앗아간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번 '카오바'의 행태에 중국 사회가 깨닫고 자성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험 재테크', 뛰어난 인재가 더 나은 환경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장학금 제도가 카오바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베이징·칭화대학 진학만을 지상목표이자 이상향으로 삼는, 명문대 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이다.

중국 21세기교육연구원 부원장 슝빙치(熊丙奇) 역시 이 사건에 대해 "카오바들의 등장을 독려하는 이러한 제도와 풍조가 계속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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