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이한 거래… 수백억 비자금 조성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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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HDC현대산업개발의 기이한 거래… 수백억 비자금 조성 의혹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20-10-12 11:04:26
속초 숙박시설 PF대출 위한 무등급 후순위 채권에 160억 투자
이를 주선한 증권사는 신용 공여도 없이 수수료 30억 원 챙겨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이상한 거래가 5~6개 증권사 통해 지속"
"말도 안되는, 이상한 거래였다. 위험한 투자인데도 금리가 너무 낮았다."

HDC현대산업개발(현산) 자금운용의 기이함을 간파한 금융권 고위 인사 A의 폭로다. "너무 이상한 거래여서 도대체 누가 이렇게 말도 안되는 투자를 하나 봤더니, 재벌기업 현산이더라"고 했다. 증권사와 짜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A는 확신했다.

추론을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현산에 작년과 올해 두 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니 조사해보라"는 제보를 감사실과 경영지원본부 모두 덮어버렸다. 현산 고위층의 묵인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UPI뉴스가 최근 단독 입수한 현산 투자 관련 자료를 보면 2018년과 2019년 2년간 Y증권사를 통한 투자규모만 1500여억 원. 여기에서만 수십억 원 비자금이 조성됐을 것으로 A는 추산했다. 그런데 Y증권만이 아니다. 현산이 같은 방식으로 거래한 증권사는 5∼6개. 수년간 비자금 수백억 원이 이들 증권사와의 이상한 거래를 통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A는 말했다.

일례로 현산은 작년 2월말 E사가 발행한 사모사채 160억 원 어치를 샀다. E사는 Y증권이 속초 숙박시설 신축공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위해 만든 자본금 천원짜리 SPC(특수목적법인)로, 1회성 페이퍼컴퍼니다. 전혀 신용도 있는 기관이 아니며, 발행한 사채도 신용등급이 아예 없는 무보증 후순위 사채였다. 이런 위험한 채권에 재벌기업 현산이 160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투자를 하면 안되는 채권"이라고 A는 단언했다. 기업들은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에만 투자하는 게 상식이다. 게다가 금리가 5.5%로, 너무 낮았다. 부실 위험이 큰, 무등급 채권 금리는 12∼13%는 돼야 정상이다.

이상한 거래의 포인트는 바로 금리(수익률)다. 투자자인 현산이 위험한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턱없이 낮은 금리를 감수한 반면 Y증권은 이 거래에서 금융자문수수료로 30억 원(수익률 19%)을 챙겼다. A는 "증권사는 어떠한 신용 공여도 하지 않았는데도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률을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30억 원을 거저 먹은 셈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만기 3년인 채권을 1년 짜리로 팔았다. 차주(시행사)에게는 3년간 빌려주기로 해놓고, 투자자(현산)에게는 1년뒤 상환하는 형식이 된 것이다. 나머지 2년에 대한 지급보증은 없었다. 후순위 채권은 선순위 채권 상환이 다 된 후에야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기 때문에 3년 전체에 대한 유동성이 확보되어야만 1년 단위로 판매가 가능하다. 결국 2년이 붕 떠버린, 부도가 예정된 채권이었던 셈이다. A는 "투자자를 속인 것이거나 서로 통정(짜고침)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현산 입장에선 내부 투자심의를 피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일 수 있다. 만기 1년 이상 채권에 투자하려면 내부 투자심의위를 거쳐야 한다.

▲ 그래프=박지은 기자

달랑 페이퍼컴퍼니 하나 만들고 30억 원을 챙긴 증권사, 위험한 투자임에도 낮은 금리를 기꺼이 감수하는 재벌기업. 둘 사이에 무슨 밀약이 있었던 건가. Y증권이 별 노력도 없이 챙긴 30억 원의 행방이 결국 이 모든 기이함을 풀어줄 열쇠일 터. A는 이중 상당액이 증권사의 해당 거래 관련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됐고, 이 돈이 현산으로 다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론했다. 현산 비자금이 흘러들어가는 통로였다는 얘기다. 

정황증거가 있다. 현산 자금담당 책임자와 Y증권 담당 임원 사이에 2015년부터 억 단위의 '수상한 돈거래'가 있었다. 이같은 이해관계자의 돈 거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고, 사규 위반이다. A는 "훗날 비자금 조성 흐름이 들통날 경우 개인간 거래인 것처럼 속이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산의 기이한 자금 운용은 시장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A는 "도저히 말도 안되는 거래가 이어져 현산 자금은 꾀주머니라는 말이 돈지 오래"라고 했다. "안되는 것도 되게 하는 꾀주머니라는 말"이다.

A는 현산이 Y증권 만이 아니라 5∼6개 증권사를 통해 같은 방식의 자금운용을 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작년과 올해 현산 감사실과 경영지원본부에 이를 제보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A는 "누가 봐도 이상한 거래를 조사도 하지 않고 덮는다는 건 최고위층의 지시 또는 묵인이 있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현산측은 " 해당 거래는 정상적 자금운용 방식이며 이를 통한 비자금 조성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한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단기금융상품 포함해서 2조2000억 정도 되는데, 구체적 자금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KPI뉴스 / 류순열·박일경·김이현·양동훈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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