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치찌개로 '복음' 전하는 목사 "꼭 교회일 필요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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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로 '복음' 전하는 목사 "꼭 교회일 필요는 없잖아요"

김지원
기사승인 : 2020-09-17 17:07:40
3000원 김치찌개집 '따뜻한 밥상' 최운형 목사
잘나가던 미국 담임목사 그만두고 한국서 개업
"한 몸 되라는 성경 실천…나누는 삶 더 행복"
"밥이 무한 리필이라 그런지 밥을 무지하게 많이 드십니다. 이제 밥 굶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끼니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 1인분에 3000원. 밥은 무료에 무한리필. 각각 500원만 추가하면 계란 프라이, 어묵, 김까지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곳. 최운형(52) 목사가 운영하는 '따뜻한 밥상'(구 청년밥상 문간)이다.

▲ '따뜻한밥상'을 운영하는 최운형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소재 가게에서 < UPI뉴스 >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17일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인근 '따뜻한 밥상'을 찾았다. '사장님' 최운형 목사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최 목사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기 시작한 지 만 2년이 다 됐다.

최 목사는 2018년 미국에서 안정된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귀국해 식당을 열었다. 그는 2004년 미국 LA 나성영락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다 2010년 세계선교교회 담임 목사가 됐다. 교인 300여 중견 교회에서의 안정적 목회 생활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회의가 느껴졌다. 가난한 사람들, 불평등을 겪는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친구가 되라는 성경의 핵심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가.

"좀 더 현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곳이 꼭 교회일 필요는 없잖아요. 전부터 밥집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고 밥을 차려 드리고, 배웅도 해드리고, 그런 현장 사역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돈도 없고 실력도 없어서 엄두가 안 났습니다."

목회의 진로를 고민하던 그때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이문수 신부가 운영하는 '청년식당 문간' 소개 기사를 봤다. 이 신부가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울 성북구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내용이었다. 최 목사는 미국에서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이 신부를 만나 2호점을 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 신부의 허락을 받았다. 2018년 8월 세계선교교회를 공식 사임하고, 10월 '청년밥상 문간'을 개업했다.

자리 잡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목사직 사임부터 교인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자금도 부족했고, 음식점 운영에 관한 경험도 없었다. 김치찌개를 맛있게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최 목사는 '2년만 버티자'고 마음먹었다. 6개월이 지나자 비록 몇만 원이었지만 흑자가 났다.

한 번 온 손님들이 잊지 않고 꾸준히 가게를 찾았다. 최 목사는 "손님의 70% 이상이 한 번 오셨던 분들"이라고 했다. 그는 "저녁때 가끔 오시는 한 여성 손님은 '이 집이 없어질까 봐 불안하다'고까지 하신다.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나 오시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인연을 맺었던 교우들이 자원봉사로 도와주고 있어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들르게 하려고 상호도 '따뜻한 밥상'으로 바꿨다. 최 목사는 "처음에 '청년밥상 문간'일 때는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이 청년을 위한 곳인 줄 알고 쉽게 못 오시는 게 있었다. 그런데 '따뜻한 밥상'으로 바꾸자 훨씬 연령층이 다양해졌다"고 한다.

얼마전 경남 창원에 2호점까지 생겼다. 최 목사는 "작년에 경남 창원 목사님들이 가게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돈을 후원하고 요리법을 알려드렸다. 그렇게 지지난주에 새로 문을 열었다. 똑같은 로고와 콘셉트"라고 말했다. 내년 봄쯤 3호점도 생길 전망이다. "최근 목회자들에게 식당과 관련한 연락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최 목사는 "기왕에 시작했고, 이런 공간이 유익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한 5호점까지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쳤다.

▲ 따뜻한 밥상을 운영하고 있는 최운형 목사가 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소재 가게에서 김치찌개를 만들고 있다. [문재원 기자]

최 목사는 "동네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도 느끼고, 자주 찾아오던 청년이 다른 지역에 취직했다며 마지막으로 와 인사를 하고 갈 때는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최 목사의 소망은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목회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게 기독교가 '우리가 한 몸'이라고 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한 몸임을 강조하면서도 고통을 함께하지 않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식당을 하는 것은 그런 그런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죠. 목사가 꼭 교회 강단에 서야만 복음을 전하는 건 아니죠." 

최 목사는 이웃과 함께하기 위한 계획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밥을 못 먹고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초대해서 법을 먹이는 것"이다. "코로나19 탓에 못하고 있는데, 상황이 좀 나아지면 바로 초대할 생각"이다.

이런 식당을 운영하는 걸로 생계가 가능할까. "적은 금액이지만 제 월급 정도는 나와 생활이 가능합니다. 미국 식구들은 같이 안 오는 조건으로 따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고. 지난 2년간 반지하 월세 살다가 지난주에 지상으로 이사했어요."

코로나19발 불황 시대에 적자 안보는 게 어디인가. 그래도 남는 건 별로 없을 듯하다. 최 목사는 "모두가 힘든 시기라서 찌개에 고기를 더 많이 넣어드린다"며 웃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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