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공공재건축 왜 꺼리나…조합들 "집값에 도움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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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 왜 꺼리나…조합들 "집값에 도움 안되니까"

김이현
기사승인 : 2020-08-06 18:01:19
강남 재건축조합 반응 '싸늘'…기부채납 비율⋅각종 규제완화 호소
공공참여시 일반분양 물량 5배 늘어나는데…"수지타산 안 맞아"
결국은 '집값' 걱정…"임대주택 늘어나면 집값에 마이너스 요인"
정부가 발표한 8.4 주택공급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을 늘리려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단 '공공참여'라는 조건을 달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 공공기관과 재건축 조합이 힘을 합쳐 사업성을 높이고, 주거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재건축 조합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은 악화되고, 용적률 대부분을 공공으로 돌리면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면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나 개발이익이 일단 늘지만, '명품 단지'를 기대했던 집주인들은 높은 임대주택 비율이 달갑지 않은 거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미도아파트 모습. [문재원 기자]

강남 재건축 단지들, 공공재건축 참여 안해

공공재건축은 현행보다 용적률을 두 배로 올려주고 늘린 용적률의 최대 70%까지 기부채납토록 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늘어난 용적률의 최소 30%만큼은 일반 분양이 늘어나는 것이니 재건축 집주인들에게도 이익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만큼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러나 강남 집주인들은 심드렁하다. 6일 강남구 등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지금 상황으로는 공공참여형 재건축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로 요약된다. 반포동 A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공공재건축은 수익성이 전혀 나지 않는 사업"이라며 "참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압구정3구역(현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대형 평수가 60%가 넘어 이미 1대 1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상태"라며 "우리 단지는 공공재건축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잠실동 B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도 "일반 재건축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더 낫고, 인근 조합도 전부 공공재건축엔 참여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라며 "추진 단지의 20%가 아닌 2%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안한 공공참여형 재건축은 조합의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는 아파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층고 제한을 50층까지 높여주는 대신 이를 통해 늘어난 주택의 50~70%를 기부채납하도록 해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 중 90% 이상은 환수한다. 서울 지역 사업장 93곳(26만 가구 규모) 중에서 20%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한다는 '낙관론'에 따라 5만 가구라는 공급량을 산정했다.

일반 분양 물량 5배 늘어나는데…"수지타산 안 맞아"

통상 재건축 사업은 전체 가구 수를 늘리고, 조합원 몫을 뺀 나머지 가구를 일반(비조합원)에 분양한다. 일반 분양에서 거두는 수익을 나눔으로써 조합원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기부채납 비율이 높을수록, 조합원들의 수익이 낮아지는 셈이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 나머지는 무주택·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 물량이 된다.

이를테면 용적률이 250%이고, 500가구 규모인 재건축 단지는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용적률이 300%(3종 주거)다. 현행대로 재건축할 경우 총 600가구가 지어진다. 법적으로 기부채납해야 하는 물량인 50가구를 제외하고, 조합이 소유하는 가구 수는 총 550가구다. 500가구는 기존 조합원이 가져간다면, 남는 50가구를 일반 분양해 수익을 가져간다.

만약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경우 용적률 500%를 적용받아 1000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현행 최대 300% 용적률보다 400가구를 더 공급할 수 있다. 늘어난 500가구의 최대 70%에 해당하는 350가구는 기부채납해야 하지만 최소 150가구는 일반 분양 물량이 되는 셈이다. 기부채납비율이 50%로 적용된다면 일반 분양 물량은 250가구다. 일반 재건축이 아닌 공공재건축으로 일반 분양 물량이 기존의 최대 5배(250가구)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이재성 은마아파트 소유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42년 정도 오래된 아파트인데, 녹물 먹으면서 샤워하면 피부염도 걸리고 이런 상황인데 오래 사는 이유가 무엇일 거라고 생각하느냐. 결국 새 집 살고 싶어서 견디고 사는 것"이라며 "공공재건축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익이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게 마뜩잖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평소 공공아파트가 민간아파트보다 더 떨어진다는 예를 드는 이유는 공사비를 조금 주니까 싸게 짓기 때문인데, 공공재건축도 같은 맥락"이라며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아파트를 좋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게 불가능하고, 전체적으로 집값에 도움이 안 되니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스카이서울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개별조합원 이익 구체화해서 보여줘야"

업계 관계자는 "공공이 참여하면 일단 임대물량이 늘어나니까 좋지 않을 거고, 조합원이 원하는 아파트로 재건축될 확률이 낮아진다"며 "정부의 환수 방침이 있어도 조합 입장에서는 이익이지만, 녹물이 나오는 곳에서 오래 기다린 만큼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아도 집값이 꾸준히 오르니 서두를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표면상으로 보면 정부가 기대이익의 90%를 환수한다고 했으니 이득이 당초 예상에서 10%에 불과하기도 하고, 임대주택으로 집값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거라는 인식도 있다"며"조합원 전체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공참여에 한계는 있어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에 상당하는 금액이 개별조합원에게 얼마 정도 이득인지 구체화해서 보여주면, 오래된 집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던 집주인들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정부 방안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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