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한은, 실효성 논란 '물가안정목표제' 포기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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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실효성 논란 '물가안정목표제' 포기 못하는 이유는

강혜영
기사승인 : 2020-06-25 15:21:35
물가상승률 0%대인데 목표는 2%…"목표수렴 속도 상당히 더딜 것"
"물가수준목표제 등 대안 검증 안돼…타겟 범위 넓히는 등 보완 필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를 정해 공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2019년 이후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이전 목표치는 2010~2012년 3.0%±1%포인트, 2013~2015년 2.5~3.5%, 2016~2018년 2%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실제 물가 상승률은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 2012년 2.2%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후로는 0%대 후반~1%대 수준을 유지해오다가 2019년에는 0.4%로 떨어졌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내려간 0.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한은이 채택하고 있는 통화정책 운영체제인 물가안정목표제(Infation Targeting)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 역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지금처럼 인플레가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경기침체 속 물가하락)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과연 현실에 적합한 것이냐,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1998년 도입된 물가안정목표제…저물가 시대에 2%가 목표?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통화정책 운영체제다. 1990년 이전에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통화량, 환율 등을 중간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조정해 물가안정, 적정성장, 완전고용 등의 최종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했다. 하지만 금융혁신, 금융 자유화·국제화가 급속히 진전됨에 따라 중간목표와 최종목표와의 관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기존 운영방식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90년 뉴질랜드에 이어 여러 국가가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했고 한국은 1998년 공식 채택했다. 이 제도는 인플레이션 안정 측면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하는 '뉴노멀 시대'에 진입하면서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25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지금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제도로 저물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한다면 이것에 대한 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 2월 이후 크게 둔화했다. 지난 1월 전년 대비 1%대 중반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후 빠르게 낮아져 4~5월에는 0% 내외로 하락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의 경우에도 1월 중 0%대 후반에서 4~5월 중 식료품·에너지제외 기준으로 0%대 초반, 농산물·석유류제외 기준으로 0%대 초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보다 긴 시계에서 보면, 코로나19 이후 추세 인플레이션 방향은 불확실성이 높으나 예비적 저축 유인 증대, 부채상환 부담 증가, 디지털 경제 가속화 등에 따른 하방압력으로 저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도 "내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 영향 사라지는 가운데 경기 점차 개선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물가수준목표제 등 대안 거론되지만…"검증 안 돼"

물가안정목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은이 당장 변화를 꾀할 수 없는 이유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의 대안으로는 물가수준 목표제, 평균물가 목표제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가수준 목표제는 절대적인 물가 수준을 목표로 하는 제도이고, 평균물가 목표제는 일정 기간 동안 상승률의 평균을 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두 대안은 통화 정책의 안정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두 제도의 가장 큰 단점은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물가 수준이 목표를 이탈했을 경우에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급격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통화정책의 안정성이 유지될 수도 없으며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 경기 변동성을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두 제도는 다른 나라에서 채택한 적이 없고 검증된 바도 없는 제도이며 한 대안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현 물가안정목표제를 유지하되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 곡선 관리, 포워드 가이던스 등과 같은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국에서도 물가안정목표제의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은 제도를 바꾸기에는 과격한 변화이기 때문에 기존 제도를 약간 보완하는 데에 논의가 집중돼 있다"면서 "물가 타겟 범위를 1~2%로 확대하는 등 단기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대안 제도에 대해서도 계속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물가 상승률이 0%대인 상황에서 현행 제도의 목표인 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낮추거나 유동성을 더 풀어야하는데 그럴 경우 자산 가격 버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금융 안정, 경기, 물가 안정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물가가 낮다고 제도를 바꾸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목표 물가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 정책 수단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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