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원영 칼럼] 통일은 무슨…사이좋은 이웃으로 각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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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통일은 무슨…사이좋은 이웃으로 각자 살자

이원영
기사승인 : 2020-06-23 15:09:32
전쟁 70년…긴장과 갈등은 무한반복
남북문제에서 한·조 외교문제로 바꿔
'묻지마 통일'보다 평화 구축 앞세워야

8년 전 기자로서 생애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게 된 경험은 잊히지 않는다. 온몸의 세포가 생명수를 머금고 되살아나는 듯한 짜릿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북한땅에서 만나는 생물과 무생물 하나 하나가 생경하고 새롭고 친숙하고 어색하면서 오감을 자극했다. 하루 이틀 지나며 어색하고 낯선 감정보다는 우리와 같은 것에 금세 익숙해졌다.

 

먼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가 들리는 것이 신기했고, 한글 간판이 쏙쏙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식당에서도 메뉴 걱정이 필요 없었다. 늘상 우리가 먹던 그런 거였다.

 

이렇게 완벽한 동족이 60년 이상 선을 긋고 적대적으로 살고 있는 분단의 현실을 생각하자 "아, 우리가 지금까지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살고 있는 건가"하는 회오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해야해, 마음이 단단해지며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죽기 전에 잃어버렸던 조국의 반쪽에 와서 잠시라도 살아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꿈도 생겼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뜨거웠던 가슴은 차츰 식었다. 한발 물러서서 북한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북한은 과연 우리가 원하는대로 핵을 포기할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회가 통일을 모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남한에 살고 있는 3만 명의 탈북자들은 과연 '먼저 온 통일'이 되었나, 북쪽의 주체적 내적 자존감과 남쪽의 물질적 외적 우월성은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 가능할까.

 

어떻게 해서든지, 반드시 통일을 해야한다는, 지당하게 들리던 목소리가 차츰차츰 허공에 뿌려지며 사라지는 느낌으로 바뀌어 갔다.


지금, 대북전단이 계기가 되어 사납게 변해버린 남북관계는 통일을 이야기하는 모든 담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치고 피곤한 일이다.


나는 결혼한 후배들에게 부부일심동체를 지향하는 게 이혼의 지름길이라고 자주 말한다. 엄연하게 이심이체인 부부가 일심동체를 소망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기대감이 허물어지면서 실망과 원망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부부일심동체보다는 차라리 부부연방제를 채택하라고 권한다. 부부라는 울타리로 같이 할 것(국방, 외교)과 따로 할 것을 나눠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주권국가처럼 사는 게 부부가 오래가는 길이라고.

 

23일 한겨레신문에는 6.25한국전쟁 70주년 기념특집으로 연세대 박명림 교수의 인상적인 글이 실렸다. '통일보다 평화, 남과 북은 '국가 대 국가'로 만나야 한다'는 제목의 글이다. 남과 북은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 남북관계에서 한(국)조(선)관계로, 민족문제에서 외교문제로 등의 화두를 제시했다. 공감한다.

 

남과 북은 너무 일심동체를 꿈꿨다. 부부가 당연히 그래야지 하는 도덕률처럼 '닥치고 통일'을 소원했다. 남과 북은 독자적인 국가의 주권 존중보다는 민족문제(일심동체)로 해결하려 들었다. 그러니, 싸우고 별거하고 이혼하는 부부들처럼 남과 북도 맨날 지지고 볶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자. 상대방이 내 기준에 들지 않는다고 손가락질 할 필요 없다. 남도 북도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자. 서로 다른 체제는 서로 다른 운영논리가 있고, 그 방식대로 돌아가는 법이다. 서로 남남이다, 생각할 때 대등하게 대화도 되고 간섭할 생각도 없어지고,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한국전쟁 70년. 남과 북은 어지간히 치고받고 화해 노력도 했다. 이제 지겨운 소모전은 그만하자. 그리고 쿨하게 외국으로 인정하고 바라보자. 이웃나라 대하는 데 멀리 다른 나라 눈치 볼 필요 없다. 서로 말이 통해 쉽게 놀러 갈 수 있는 옆 나라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통일을 버리자, 그러면 우리 후대에선 통일이 제 발로 걸어오지 않을까. 

▲ 이원영 사회에디터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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