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원영 칼럼] '착한' 대통령으로만 기억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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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칼럼] '착한' 대통령으로만 기억되고 싶은가

이원영
기사승인 : 2020-06-10 14:45:33
북한의 대남 정책 적대적 선회
문재인 정부의 눈치보기 한몫
북한도 과격한 언사 자제해야
착한사람증후군(Good Boy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을 위해 지나치게 노력하는 태도를 일컫는다.

착한사람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대체로 밝고, 양보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타인의 평가에 예민하다는 성정적 특징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증후군까지는 아닐지라도 착한 심성을 가졌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표정이나 말에서 착함이 뚝뚝 묻어난다.

부부 간이나 친구 간에도 착한 사람은 대체로 적이 적다. 그러나 '착하기만 한' 사람은 그리 매력이 없다. 답답하거나 짜증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북한이 '착한' 문 대통령에 단단히 화가 났다. 표면적으로는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대북 삐라를 한국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데 대한 반응이지만 그간 문재인 정부에 쌓였던 감정이 삐라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지난 9일 남북한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북한의 격한 반응이 단순히 삐라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쓰레기들의 반공화국적대행위를 묵인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에로 몰아왔다"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당국과 더이상 마주앉을 일도, 론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김여정 동지는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등의 문구를 보면 한국정부에 대한 북한의 감정은 기대→환멸→분노→적대시 입장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본다면 북한이 한국정부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역사적인 6.15성명을 발표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년 전 4.27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고 약속했다.

이후 북미관계가 틀어지면서 이 약속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관계를 선순환으로 하여 남북관계를 추동시키고, 북미관계의 충실한 중개자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민족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천명해 놓고선 문재인 정부는 '미국 타령'만 하고 있으니 북한이 신뢰를 거두는 건 당연해 보인다.

북한의 입장을 압축하면 적극적인 남북교류, 미국으로부터의 자주적 태도, 그리고 남북합의내용 준수인데 문재인 정부는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호응한 게 없다.

북한도 언사에 매너를 지켜야 한다. 격한 언어로 내부적 결속을 다질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북 매체가 전하는 표현들을 듣고 있자면 그 저급함과 과격함 때문에 되레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훼손되기 일쑤다. 남북이 긴장 속에서 가까스로 평화를 지켜온 데는 한국정부가 북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대응하지 않은 인내심도 큰 역할을 했음을 알아야 한다. 북의 과격한 언사는 북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켜 화해·협력의 길에 큰 방해물이 되고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끝나면 그냥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회를 피력했다. 착한 사람이 험한 정치 현실이 부대껴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심경일까. 정말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애당초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저것 눈치보기엔 이제 대통령의 시간이 별로 없다. 잊혀진 사람으로 소확행을 꿈꾼다면 국민과 나라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여정에 어떤 징검다리를 놓을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은 결정 장애가 있는 '착한' 대통령을 원치 않는다. 시대정신은 대통령 편이다. 

▲ 이원영 사회에디터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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