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세 사라지나①] "1만 세대에 전세매물 달랑 4개…공인중개사 30년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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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라지나①] "1만 세대에 전세매물 달랑 4개…공인중개사 30년간 처음"

배지수 기자   서승재 기자
기사승인 : 2026-04-21 10:59:25
"매물은 줄고 가격은 뛰고"…신혼부부 밀려나는 전세시장
"사무소 700곳, 거래는 10건"...공인중개사들 한숨
한국의 독특한 주거계약 '전세'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임대차 계약 열 중 일곱이 월세다. 30년 경력 공인중개사가 "난생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시적 현상일까, 전세의 종말로 가는 것일까. KPI뉴스가 현장을 점검하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0일 찾은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부동산 중개사무소. 전세 매물 벽보는 몇 장 붙어 있지 않았다. 대표 공인중개사 60대 박승수(가명) 씨는 "이 동네에서만 30년 가까이 부동산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전세 물량이 없는 건 난생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근방은 합산하면 대략 1만 세대에 달하는 지역이다. 박 씨는 단지별로 하나씩 짚어줬다. "벽산아파트 1800세대에 전세 물량 한 개, SK북한산아파트 3880세대에 네 개, 두산 1400세대에는 0개, 트리베라 1·2차 합쳐 3800세대에 20평대 두세 개". 총 6~7건에 불과하다.

 

박 씨는 "원래는 2~4월 이사철 기준으로 통상 30~40개 정도는 됐다"고 말했다. 

 

▲ 김범진 반포부동산 다름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가 반포지구 지도를 보며 임대차 매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지수 기자]

 

KPI뉴스가 찾은 서울 강북·강남의 공인중개사들은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전까지 이 곳은 신혼부부 등의 전세 임차 수요가 꾸준했다. 박 씨를 포함한 중개인들의 수수료 수입에서도 전세 매물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


인근 미아뉴타운에 위치한 '집사부부동산' 조상인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상담하는 중에도 다른 전화가 밀려 있었는데 지금은 오지 않는다"며 "예전을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전보다 줄긴 했지만, 전세를 찾는 이들은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매물이 워낙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다 보니 거래가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급이 줄면서 전세가는 뛰었다. 인근 벽산아파트 20평대는 4년 전 2억8000만 원이었다. 지금은 4억 원이다. 아니면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50만 원의 반전세로 거래된다. 조 대표는 "전세를 찾는 수요자는 많은 반면 집주인이 내놓은 물량이 없으니 그 가격에도 계약이 된다"며 "신혼부부는 아예 아파트 전세를 생각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라고 했다.

전세 품귀는 강남도 마찬가지다. 서초구 반포대로에 위치한 다름공인중개사사무소 김범진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신세 한탄을 하려면 밤을 새야 한다"고 말했다.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단지(2990세대)에서 나오는 임대 매물은 30평대 전·월세를 모두 합쳐도 네 개다. 40·50평대는 0~1개, 20평대는 나오자마자 사라진다. 그나마 나온 매물도 집주인이 워낙 비싸게 불러 거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전날에도 34평 반전세 물건에 임차인 다섯 팀이 줄을 섰다. 하지만 집주인이 가격을 낮추지 않아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매물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나가려는 사람이 없어서 매물이 없다"고 답했다.

전세거래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공인중개사들의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에만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700개쯤 된다. 그런데 국토부에 올라오는 매매·임대 거래 건수는 일주일에 10~15건 수준이다. 그는 "그나마 한 곳이라도 계약이 된 부동산은 겨우 본전이고, 나머지는 다 짐을 싸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서 실제 벌어지는 전세매물 품귀 현상은 인터넷으로 나타난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예컨대 대표적으로 쓰이는 '네이버 부동산' 플랫폼에는 상당한 수의 매물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코너에 몰린 중개인들이 더 많은 노출을 위해 높이기 위해 동일 매물을 각기 다른 호수로 올리는 궁여지책을 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3만933건이다. 1분기 거래량 기준으로 2017년 2만8046건 이후 9년래 가장 낮은 수치다.

 


 

KPI뉴스 / 배지수·서승재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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