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인터뷰] 홍정훈 연구원 "영끌 담론에 가려진 불평등이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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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정훈 연구원 "영끌 담론에 가려진 불평등이 더 큰 문제"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4-05-17 17:45:32
"일부의 '영끌매수'를 청년층 보편적 문제로 다룬 것 불편"
"주택시장 '불평등 상속' 문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비극"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대중적 관심을 받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간한 학술지 '부동산분석' 4월호에 실린 한 논문이 많은 주목을 끌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이 펴낸 '20·30세대 영끌에 관한 실증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너무 과분한 관심이 부담스럽죠."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홍 연구원은 연신 몸을 낮췄다. "남들보다 뭔가 더 안다는 식으로 내세울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며 인터뷰용 사진 촬영도 극구 사양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홍 연구원은 논문에서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0~2022년 집을 사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했다는 '영끌족'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다.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를 넘는 경우는 3.8%에 불과했다. 영끌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 것에 비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다. 

 

대신에 이 논문은 가려진 중요한 문제를 지적한다. 부모로부터 거액을 지원받거나 이미 갖고 있던 돈으로 주택을 매수한 사례가 '대출 영끌'에 비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부풀려진 영끌담론에 매물돼 '청년 세대 내 불평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홍 연구원은 "사회적 공론장의 목소리가 상위 계층에 지나치게 집중되다 보니 나머지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많은 이들이 이미 불평등해진 구조를 실감하고 있는데 주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그게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인지하지 못하는 게 큰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홍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행진'에 참석한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유충현 기자]

 

어떤 계기로 청년들의 '부동산 영끌'이 실제 존재하는지 살펴보게 됐나.

 

"2020년, 정확히는 2020년 7월을 전후로 언론에서 '영끌'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저나 제 주변에서 느끼는 상황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청년 세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일부 사례를 일반화하고 청년 세대가 겪는 보편적인 문제인 것처럼 다루는 것 같았다. 불편하고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자료가 충분히 축적되길 기다린 뒤 자료를 분석해 봤다. 흥미로운 포인트가 많았다. 논문으로 다룰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ㅡ우리사회에서 영끌 문제가 부풀려진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청년들의 주택구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됐다. 이것이 규제지역 해제를 통한 대출규제 완화와 특례 보금자리론 도입 등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무리한 기사가 많았다. 기사에 등장하는 '영끌 청년'이 실재하는 사람인지 의심되는 경우도 많았다. 제 논문은 부동산학회 내용이지만 저널리즘 연구나 미디어 비평 분야에서도 다뤄볼 주제라고 생각한다."

 

ㅡ청년세대의 무리한 주택구입 대출은 우려만큼 많지 않았지만 이른바 '부모 찬스'가 굉장히 많았다는 점을 새로 알게 됐다. 세대 내 불평등 문제가 무겁게 다가온다. 

 

"저는 그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대 가장 과열됐던 주택시장에서 불평등이 상속되고 전이되는 문제가 나타났는데도, 거의 아무도 이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 구조의 상위 계층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주류 언론이라든지 정치권에서 세대 간, 또는 세대 내 불평등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비극인 것 같다."

 

ㅡ우리사회에서 주거와 관련한 담론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공론장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있고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된다. 나머지는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자산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주거권을 충분히 보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세사기다. 임대차 시장을 규제하는 어떤 장치 같은 것이 너무 미비하다. 사회적으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가가 세입자들에게 해주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ㅡ청년세대의 주거 문제를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 가야 한다고 보나.

 

"앞서 말한 것들을 바로잡아 가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 청년을 위한 주거 정책이라는 게 사회보장 제도의 일환으로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이나 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 자녀를 위한 자산 형성 지원 목적으로 변질됐다. 사회 보장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적절한 주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계층을 위해 재원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그렇게 가고 있지 않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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