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애 낳고 집 사라'는 정부…목적이 저출산일까? 집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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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고 집 사라'는 정부…목적이 저출산일까? 집값일까?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4-06-19 17:42:25
내년부터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2억5000만원으로 완화
출산가구에 특별공급 재당첨 허용…결혼 전 당첨이력 배제
"집값 상승세 자극할 것"…'출산율 제고' 목표달성은 "글쎄"

최저 1%대 저금리로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또 새로 아이를 낳은 가구에 특별공급 재당첨 기회를 주며 결혼 전 청약에 당첨된 적이 있어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9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신혼부부와 출산가구의 '내 집 마련'을 도움으로써 출산율 제고를 꾀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을 통한 유동성이 추가로 공급되면서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은 높은 반면 출산율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부양책에 저출산 얹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 서울 강북구 지역 아파트. [The Fin]

 

부부 합산소득 2억5000만원도 '신생아 특례대출' 가능

 

이번 대책을 통해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요건이 최고 2억5000만 원까지 완화된다. 당초 소득요건이 1억3000만 원이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준선이 2억 원으로 상향되고 내년엔 3년간 2억5000만 원으로 오른다. 

 

기존에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았던 가구가 새로 아이를 낳거나 입양할 때 적용되는 추가적인 우대금리도 1명당 연 0.2%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확대된다. 다자녀 가구가 청약저축, 신규분양, 전자계약 등으로 모든 우대금리를 받는다면 최저 연 1.2%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청약시장에서는 신혼부부와 출산가구의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 청약 특별공급에 당첨된 가구라도 새로 아이를 낳으면 추가 1회의 재당첨 기회를 얻는다. 결혼 전 청약에 당첨된 적이 있더라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신청에서는 카운트가 되지 않아 청약이 가능하다. 혼인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는 10년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한 신규주택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분양주택도 기존의 연간 7만 호에서 '연간 12만 호+알파(α)'로 늘리고 이를 위해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확보한 신규 택지의 민간분양(20→35%), 공공분양(20%→50%) 모두 신생아 우선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 남한산성에서 본 위례신도시 아파트. [The Fin]

 

"이미 반등 중인 시장에 불 지를 것…기존주택 순환매매 효과도"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반등 흐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내는 정책신호가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책금융이 확대돼 기존의 상승 추세를 좀 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도 "정부대출은 민영대출이 부진할 때 늘리고 민영대출이 증가할 때 축소하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돼야 바람직하다"며 "현재 민영대출이 증가세인데 정부 대출까지 요건을 완화한다면 (시장에) 불을 지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의 수혜 대상은 '신혼·출산부부'에 한정돼 있지만 이들의 신규 매수가 시장 전체적인 순환매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거래가 이뤄지면 기존 주택을 처분한 사람은 현금을 활용해 다른 주택으로 갈아탈 수 있다"며 "정책모기지 확대 효과가 전체 시장에 걸친 점진적 대출 확대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고소득 부부가 돈 없어 아이 안 낳겠나"…정책 역효과 우려도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주택시장에만 부양효과를 낼 뿐, 정작 '출산율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상식적으로 연봉 2억5000만 원 되는 부부가 낮은 금리로 대출해준다고 없던 아이를 낳겠느냐"며 "그들이 돈이 없어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계부채 문제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가 한편에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렇게 예외적인 특례대출을 계속 확대하면 가계부채 감축은커녕 증가세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출산가구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청년 세대의 '빈익빈 부익부'를 키울 거란 우려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득이 높고 직장이 괜찮고 부모의 자산이 받쳐주는 계층에서 그나마 애를 낳으며 그 외 계층에선 극단적으로 혼인·출산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계층 간 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청년 세대가 안정적으로 결혼·출산을 하려면, 대출을 내 주기보다 주거비 자체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적정 가격을 벗어난 집값을 자꾸 여러 가지 정책대출로 유지하려는 정책은 잘못된 방향"이라며 "주택가격을 적정 가격 수준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함께 가야 정상적인 주거복지"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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