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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료, 유기농 천지…원산지·함량비율은 '나몰라라'

장기현
기사승인 : 2018-09-26 15:40:55
유기농, 아직 단일화된 인증제도 없어
원산지·함량비율, 법적 근거 없어 자의적 해석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가운데 반려견과 반려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 사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 중인 사료들에 대한 단일화된 유기농 인증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유기사료 인증제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표시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픽사베이]

 

이씨(29)는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반려견에게 줄 사료를 구매하기 위해 추석을 맞아 경기도 안산의 한 마트를 찾았다. 수많은 사료들 가운데 단연 눈을 끄는 문구는 ‘유기농’. 그는 ‘유기농’라고 적힌 사료들 가운데 믿을 만한 제조사를 기준으로 골랐다. 강아지 또한 잘 먹고 잘 싼다. 그런데 ‘유기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생겼다. 소비자 입장에서 ‘유기농’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일화된 인증 제도 없어 기준 모호

‘유기농’ 또는 ‘오가닉(Organic)’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료는 별도의 인증 프로그램에 따라 유기농 사료로 인정받은 것이긴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 판매 중인 사료들은 국내의 유기사료 인증제도와 미국의 NOP 인증제도, 유럽의 EU 인증제도 등 다양한 인증제도 가운데 하나의 인증만 받은 것이다. 즉 단일화된 유기농 인증제도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 유기농 로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공]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시행된 유기사료 인증제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표시 유예기간을 주고 있어 다음해가 되어야 유기농 관련 인증기준이 단일화된다. 이마저도 해외에서 인증받는 제품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제조 또는 수입된 제품까지 유예기간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모든 사료에 적용되는 것은 일반적인 유통기한 1년이 지난 2020년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한 사료업계 관계자는 “우리 사료는 프랑스의 한 유기농 인증기관에서 매년 인증을 받고 있다”면서 “올해 만료되는 유예기간에 따라 이후에는 국내의 유기사료 인증제도를 따를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유기농의 아래 단계로 여기는 홀리스틱, 슈퍼프리미엄, 프리미엄, 그로서리(보통) 등의 사료 등급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유기농을 제외한 나머지 용어들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유기농’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료를 고르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이 ‘유기농’이라는 문구가 원재료명과 함량 난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기농 재료, 어디서 왔고 얼마나 들어있는지 몰라

예를 들어 유기농함량 95% 이상의 제품은 제품명 등에 ‘유기농’ 문구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유기농함량 70% 이상 95% 미만의 제품의 경우 ‘유기농’을 제품명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앞면에 표시는 가능하다. 다시 말해 ‘유기농 닭고기’, ‘유기농 고구마’, ‘유기농 연어’ 등의 표시는 원재료 자체가 유기원료라면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 사료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원료의 원산지나 함량비율은 적을 필요가 없다. [픽사베이]

그렇다면 ‘유기농 원재료’에 대한 정보는 뭐가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원산지는 물론이고 함량비율 또한 표기되지 않는다. 그나마 비율은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게 돼 있어 소비자는 ‘이게 많이 들어있구나’라고 짐작할 수나 있지만 원산지는 전혀 알 길이 없다.

물론 제조사가 사료에 들어가는 원료의 원산지나 함량비율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사료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사용한 원료의 명칭’만 적으면 된다. 한 사료업게 관계자는 “동물 사료에 있어 원재료의 원산지나 함량비율을 표기하는 것은 필수사항이 아니다”라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사료업체 관계자는 “원료의 8~9번째까지만 순서대로 쓴다는 말이 있다”며 “뒤쪽에 나오는 원료는 광고하고 싶은 원료를 최대한 앞에 적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소한 유기농 주원료의 원산지와 함량비율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표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가공품은 주원료의 원산지와 함량비율이 필수적으로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에 사람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겨 더 좋은 사료를 찾아 ‘유기농’을 고른 소비자들에게 최소한 유기농 재료가 어디서 왔고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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