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국가(백색국가ㆍ안보상 수 출심사 간소화 우대국가) 명단 배제 시점이 8월로 밀렸다. 애초 7월 24일까지 화이트국가 제외를 위한 시행령(수출무 역관리령 정령) 개정에 관한 의견 수렴을 하고 26일 각의를 열어 확정하려 했으나 아베 신조 총리의 휴가가 맞물리면서 연기됐다.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한국 문제에 대한 일본 국내외의 정치외교적 휘발성과 아시아 유일의 화이트국가를 제외하는 중대한 조치이기 때문에 일단 호흡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아베 총리가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인 8월 2일 각의에서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개정안이 각의를 통과하면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나루히토 일왕이 공포 하는 절차를 거쳐 그 시점부터 21일 후 시행된다. 따라서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우리 경제산업계의 영향은 8월말부터 본격화한다.
관건은 개별 수출 규제의 규모·강도…쌍방 피해 불가피
한국의 화이트국가 제외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미 시행령 개정에 대한 3만 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 된데다 이 들의 90% 이상이 한국의 화이트국가 제외에 찬성하고 있 다. 물론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내각과 자민당 지도 부의 개편, 문재인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와 일본 여론의 반 응, 길게는 10월 22일로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 등 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한국의 화이트국가 명단 배제는 적어도 일본 내에서 시간문제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건은 화이트국가 배제 후 일본이 얼마만큼의 규모와 강도로 규제에 나설 것인가 하느냐다.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빠지면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1100여 개의 전략물자 리스트 규제 품목 수출과 관련해 ‘일반포괄허가’를 받던 것이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비전략물자임에도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도 ‘캐치올(Catch all) 규제’가 적용된다.
앞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3가지 소재부품출규제를 논의 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에서 우리가 일본 조 치의 부당함을 지적했으나 제3국의 반응이 냉담하거나 무반응이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국가 제외 후 실제 집행하는 실질적 조치의 규모와 강도가 우리 기업의 피해로 직접 연결된다는 의미다.
일본도 유례없는 이번 조치가 미칠 파장에 대해 ‘주판알’ 을 굴릴 수밖에 없다. 화이트국가 배제 자체가 상당히 이례 적이고 주요 무역 흑자국인데다 세계 7대 수출국가로 올라 선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쳐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일 당국 간 ‘캐치올 규제’ 논란을 살펴볼 필요 가 있다. 당시 일본의 수출제도를 담당하는 고위 당국자는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되면 ‘리스트규제’와 ‘캐치올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당국자는 도쿄주재 한국 특파원과 만나 “(화이트국가 에서 배제되면) 현장조사나 수출관리 내부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일본 기업의 수출 관련 내부 규정의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선택적으로 규제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에는 구체적 규제 목록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리스트규제와 이외의 품목을 포괄적으 로 규제하는 캐치올 규제가 있다. 리스트 규제 적용 품목에 는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원자력, 화학병기, 미사일 부품 등이 포함된다. 캐치올 규제에는 식품과 목재를 제외 한 거의 모든 전략물자가 포함된다. 따라서 7월초 일본이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을 제외해 수출규제에 나섰듯 이 앞으로 해당 전략물자의 수출을 건건이 정부에 허가받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자동차·배터리·정밀 기계 등 전 산업 영향
1100개에 달하는 전략 물자의 범위와 구체적 제품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략물자 수출을 일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수출하는 일본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개 품목처럼 최소 한의 조치로 최대한 타격을 주는 품목을 골라 개별허가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타깃으로 가장 유력한 품목은 △정공작기계 △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 접착제 등 정화학제품이 꼽힌 다. 이미 개별허가로 전환된 품목처럼 일본의 시장점유율 이 높고 한국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일본으로서는 규제와 한국에 대한 압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사용하는 장비의 30%, 최신 디스플레이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 에 사용되는 노광(露光) 장비 100%가 일본산이다.
여기에 우리 자동차 업계에서 미래 자동차로 추진하는 수소자동차에 들어가는 수소탱크 역시 일본 도레이사가 공급하는 탄소섬유로 만들어진다. 전가치 배터리용 핵심소 재도 일본 의존도가 높다. 주력 산업 대부분이 일본산 소재 와 부품, 원재료 등을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마음먹고 규제하면 우리 산업 전반에 부정적 인 향은 불가피한 이유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업계는 최근 화이트국가 명단 배제를 철회해달라고 일본 경제산업성에 공식의견서를 제출 했다. 관련 업계에서 사용하는 병원균 및 독소, 발효조 및 여과기 같은 장비 등이 통제대상이 되고 있지만,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뿐 아니라 제3국까지 여파가 미칠 경우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군사전용 우려를 이유 삼아 수출규제 품목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뒤 갈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온종훈 기자 ojh111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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