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전기차 캐즘에서 벼랑으로?…"반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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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에서 벼랑으로?…"반등 어렵다"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4-11-29 16:22:09
지난달 전기차 내수 20% 감소
"각국 정부 지원 축소, 기업은 생산 축소"
"트럼프 우려 과도" 지적도
"막대한 투자, 후진 못할 것"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전망에 갇혀 있다. 잇따른 화재 사고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조금 축소 방침 등이 겹치면서 당분간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1만2378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4%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50.3% 급증한 4만9257대에 달했다. 

 

▲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전기차로 가기 전 중간 단계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의 대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수출 대비는 더욱 극명하다. 지난달 전기차가 23.5% 줄었으나 하이브리드차는 70.5% 폭 증했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률은 2021년 117%에 이르렀으나 2022년 64%, 지난해 34%로 내려앉았다. 지난 1~8월 성장률은 20%로 낮아졌다. 그나마 중국이 압도적 판매량과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은 8.3%에 그쳤다. 특히 유럽은 마이너스성장을 보였다. 1~8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만대가량 감소했다. 

 

여전히 내연기관차 대비 높은 가격 부담과 미흡한 인프라, 하이브리드차 대체 수요 등이 전기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국 정부나 기업도 미온적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유효하나 전동화 속도 조절 기조 하에 탄소 중립 모멘텀이 다소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주요 국가들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축소했다"며 "완성차 및 2차전지 업체들도 생산목표를 축소하고 설비 준공시점을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 혹은 축소하고 내연기관차와 화석연료 산업 등 전통적인 제조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폐지도 공약했다. 기후변화 위기 자체를 불신한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신설되는 국가에너지회의 의장과 내무부장관을 겸임하게 된 것은 상징적이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에서 원유 비축량과 생산량이 세번째로 많은 주다. 버검 주지사는 화석연료 친화적 인물이다. 에너지부 장관은 셰일가스 관련 기업 설립자인 크리스 라이트 CEO가 지명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등 최근 전기차 화재가 이어지면서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화재 비율이 높지 않지만 특유의 열폭주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신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찰은 청라 화재 사고에 대해 4개월동안 수사를 벌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등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하지만 제조사인 벤츠코리아 사무실 압수수색과 합동 감식 등을 진행했음에도 정확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신평은 "전기차 업황이 단시일 내에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전기차 전환을 통한 탄소 저감 목표도 당초 기대치에 비해 요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차 회복의 전망이 불투명하므로 하이브리드차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날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개최한 포럼에서 "전기차는 중장기적으로 가격경쟁력 향상 여부가 관건이며, 당분간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대응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트럼프 인수팀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바이든 정부의 연비 규제를 유지해달라고 로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 연구원은 "이런 움직임은 과거 트럼프1기 때와 반대되는 것"이라며 "그 당시와 다르게 업체들의 투자가 너무 많이 진행돼 되돌리는 건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적어도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회와 완성차 업체들과의 조율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윤곽이 나타날 것"이라며 "보조금을 일시에 폐지한다면 2026년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일정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낮춘다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자동차 수출이 올해보다 1.9% 감소한 71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지난 27일 전망했다. 유럽과 신흥 시장의 점진적 경기 회복세와 금리 인하에 따른 구매 여력 개선은 긍정적이나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거둔 데 따른 역기저 효과, 북미 지역 현지 생산 능력 확대 등은 제한적 요인이라고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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