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자사주 사서 소각하라"…기업 겨누는 주주제안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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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사서 소각하라"…기업 겨누는 주주제안 봇물

박철응
기사승인 : 2024-10-29 16:14:53
5건 미만에서 지난해 14건, 올해 20건 급증
저평가 해소, 경영권 방어 '꼼수' 방지 목적
"밸류업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으로 주식 가치를 높이려는 주주 제안이 최근 몇년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내년 주주총회 시즌에도 이같은 흐름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 관련 주주 제안은 2020년 1건, 2021년 4건, 2022년 3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14건, 올해 20건으로 급증했다. 대주주가 아닌 주주들의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 [한국ESG기준원]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익을 환원해주는 효과가 있다.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도 상승할 수 있다. 

 

2020~2022년에는 모두 개인주주나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했으나, 지난해부터는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38%가량을 차지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주주 제안 외에도 공개 주주 서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및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자사주 소각 결정 권한을 이사회 외에 주주에게도 부여하도록 아예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이 지난해부터 2년간 9건 상정돼 주목된다. 올해엔 금호석유화학, DMS, DB하이텍, 삼목에스폼, 아난티, 오로라 등이다. 

 

제안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다. KT는 지난해 주주 제안을 수용해 이사회 안으로 상정해 자기주식 보고와 상호주 취득시 주주총회 승인 등 의무를 신설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월 식품 재료 제조업체 에스앤디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제안해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자사주 관련 주주 제안이 활발해지면서 자발적인 매입과 소각, 또는 배당 확대 등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자사주 소각 기업은 2021년 37개사였으나 2022년 78개사, 지난해 111개사로 늘었다. 

 

주주 제안의 가장 큰 명분은 저평가 해소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과 미국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한국의 안다자산운용 등은 올들어 삼성물산에 대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요구하며 "주가가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코스피 대비 저조했고 시가총액은 순자산가치(NAV) 대비 60%가량 할인된 수준"이라고 짚었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하는 '꼼수' 방지 목적도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11~2022년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주주를 확보한 회사는 65개사에 이른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겨 지배주주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인적분할을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개로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자사주 마법'도 끊이지 않고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금호석유화학 주총을 앞두고 "OCI와 상호주를 형성하는 등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자사주 전량 소각과 함께 향후 주총 결의로도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팰리서캐피탈이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을 1% 이상 확보하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산그룹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인 두산밥캣에 대해서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글로벌 동종 기업 수준의 주주 환원을 압박하고 있다. 

 

박동빈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기조와 맞물려 자본 배분 정책 관점에서의 주주 관여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지분율이 낮거나 경영권 분쟁 우려가 있으면서 자기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주주 제안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식의 보유 목적 및 구체적인 처분·활용 계획에 대해 투자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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