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삼성 '또 하나의 위기', 지지부진한 RE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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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또 하나의 위기', 지지부진한 RE100

박철응
기사승인 : 2024-11-01 15:53:09
반도체 부문 재생 전환율 24.3%...속도 느려져
국내 사업장 RE100 이행률 9% 그쳐
구글, 애플 등 5년 후 공급망 100% 요구

"삼성전자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대응을 하루살이처럼 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커지고 있는데, 심각한 상황이다."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 1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놓은 날선 지적이다. AI 반도체 개발에서 실기(失期)한 것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또 하나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내부.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오는 2050년까지 국내외 사업장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을 달성하겠다고 2022년에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부문(DS)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지난해 기준 24.3%에 불과하다. 2021년 20.9%에서 2022년 23.2%로 2.3%포인트 높아졌으나 이후 1년간은 1.1%포인트 증가에 그쳐 오히려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TV·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전환율이 93.4%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DX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9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은 산업 특성상 전력 수요가 큰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은 해외 주요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2050년까지 사용전력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 중국의 경우 국가제도가 구비되고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된 지역 중심으로 전력구매계약(PPA)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환경 비영리단체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응답한 자료를 보면 국내 사업장 RE100 이행률은 9%, 해외 97%였다. SK하이닉스(국내 11%, 해외 100%)에 비해서도 소폭 낮았다. 삼성전자 전력 사용량의 77%가량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는 셈이다. 특히 협력사 공급망에도 RE100을 기본 조건으로 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최근 구글은 2029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부품을 납품받겠다고 선언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 측에 문의한 결과, 이 대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앞서 애플은 2030년까지 전체 공급망에서 RE100 수준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바 있다. 

 

반도체 장비 생산 업체로 '슈퍼 을'처럼 여겨지는 네덜란드 ASML은 '2023 연차보고서'에서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갖고 있다. 

 

크게 보면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 청정경쟁법(CCA) 등 대표적인 탄소 규제 제도들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인 위원장은 "삼성전자 주요 경쟁사인 대만 TSMC는 2040년까지 RE100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재생에너지 장기 수급 20년 계약도 맺었다"면서 "삼성전자는 구체적 로드맵 없이 애플과 구글 등의 조건에 맞출 물량만 우선 확보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고 쓴소리했다. 또 "봇물처럼 쏟아질 RE100 공급망 요구에 대한 방책이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달이 용이한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해외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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