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없는 내년이 마지막 기회"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소득주도 성장은 부작용을 낳고 혁신성장은 성과가 안 나며 악화하고 있습니다. 한 5년 정도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2019 한국경제 대전망'을 펴낸 34명의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처한 내우외환(內憂外患)을 돌파하려면 노동과 산업, 정부 재정 등 전분야를 아우르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3년 차인 2019년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경제에만 집중할 마지막 기회인 만큼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단기 스태그플레이션, 산업 분야 파이 키워야
이들은 한국이 당면한 내부 위기로 단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과 유럽형 고(高)실업의 함정을 꼽았다. 유럽형 고실업 현상은 실업률이 장기간 동안 두자릿 수를 맴도는 것을 뜻한다. 이는 최저임금 급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입김은 세지고 있다. 인건비 부담은 커지는데 노동 경직성은 그대로 유지되니 기업경영에 제약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고용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노동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노무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 경영자들이 실질적으로 고용을 위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조정 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근 교수는 "최근 청와대에서 한국 성장률이 2.7%면 낮지 않다고 했는데 절대 수준을 떠나 잠재성장률 (2.8~2.9%)을 밑돌았다면 높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 분야의 파이를 키우지 않는다면 향후 한국은 스웨덴처럼 조세부담률을 대폭 끌어올리거나 일본처럼 국가부채를 높여야 할 우려가 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복지지출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정 트릴레마(복지-조세부담-국가채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닥칠 재정 부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만큼 스웨덴처럼 조세부담률을 끌어 올리는 방향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냉전 체제의 위기 속 한국
국내 여건도 어렵지만 대외적 상황도 녹록치 않다.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자유무역주의가 퇴보하고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에서는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성향의 정부가 집권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단순한 무역 갈등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무역 분쟁이 새로운 냉전 체제의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게 다수의 분석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개방경제에 가장 최적화한 국가이자 민주주의 체제의 수혜자로서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신 (新) 냉전체제'라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한국과 가장 접한 무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위기,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까지 덮칠 경우엔 한국 경제가 심각한 '이중 위기(더블 크라이시스)'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근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에서의 자본 탈출 현상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실물의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은 자유무역주의와 민주주의를 양대 축으로 하는 체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지만 새로운 패러다임(보호무역주의-포퓰리즘)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 2.5%
전문가들은 안팎의 어려움을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2.7%)과 한국개발연구원 KDI(2.6%)의 경제전망을 밑도는 수치다. 노동 경직성과 기업경영 제약 등 내적인 문제와 보호무역주의, 민주주의의 퇴보, 미중 무역분쟁이 촉발한 신(新)냉전 등 외적인 악재가 합쳐져 우리 경제 전망이 어두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경제 위기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정책 당국에 경제석학들은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이근 교수는 "정부의 정책 대응이 중요한 상황인데도 이제까지 경제 '투톱'(김동연 부 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갈등하면서 엇박자를 냈고 불확실성에 대처할 리더십이 취약해진 상황"이라며 "연말 인사에서 어떤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는지를 지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혁신과 노동·산업시장 개혁, 생산성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영기 교수는 "노동구조 개혁, 선진화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 집행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호원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는 "(재정으로) 단기적 일자리 창출은 의미가 없다"며 "생산성 제고와 혁신에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류덕현 교수는 "매년 100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이나 국가보조금을 생산적 자원 배분에 제대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기회 요인으로 평가됐다. 다만 정치·군사적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한국 경제에 얼마나 큰 '기회의 창'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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