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어쩌다 난임, 어쩌나 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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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어쩌다 난임, 어쩌나 난임

박지은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4-06-20 11:03:17
임신 육아 카페 단골 글…'증상놀이', '임테기 노예'
'가임력' 떨어지는 만 35세 또래들의 고민은 '난임'
복지부·서울시, 난소기능검사 등 임신 사전 검진 지원
낮은 출산율, 젊은이 탓보다 난임 애환 목소리 들어야

"증상놀이 중에 임테기 노예에요."

 

임신·육아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글이다. 보통 생리전증후군으로 불리는 두통, 복통, 변비, 설사, 가슴통증, 피로감 등은 임신전 초기증상과 비슷하다.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여성들이 '임신 증상이 아닐까' 기대하는 걸 '증상놀이'라고 한다. '임테기 노예'는 '임신 테스트기 노예'의 줄임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테기를 반복 사용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임신, 그리고 난임. 의학적으로 '가임력'이 떨어진다는 나이, 만 35세를 맴돌고 있는 우리 또래들이 겪는 힘겨운 현실이다. 혼자에서 둘이 되어 셋을 생각하니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현타가 온다. 최근 결혼한 직후 "더 늦기 전에 준비해라"는 기혼 선배들의 충고가 귀에 박힌다.

 

이들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이 있다. 난소기능검사(AMH)다. 선배들도 난임센터를 찾아서야 검사의 중요성을 알았다고 한다. 결혼식 당일 내 머리를 올려주던 만삭의 헤어 디자이너는 '남성 산전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에야 자신도 남편에게 이 검사를 받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남편이 술도 담배도 하지 않았는데 기형정자가 99%였다"며 "신랑과 함께 검사를 받아보라"고 당부했다. "안 가지는 것과 못 가지는 것은 다르다"는 말과 함께.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부터 생애 1회 부부를 대상으로 소득수준,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모든 가임기 남녀를 대상으로 지역구 보건소에서 가임력 검진을 지원해 준다. 얼마전 서울시 임신준비 지원사업 홈페이지에 접속해봤다. 가장 빠른 예약 가능한 날짜는 3개월 뒤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예약 버튼을 눌렀다. 약간의 조바심과 걱정도 함께 눌러본다.

 

정부는 끝없이 추락하는 출산율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저출생 종합 대책'이 발표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출산율은 0.6명대로 예상돼 세계에서 가장 낮다.

 

낮은 출산율을 젊은이들의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있다. '아이'를 갖기 전 'I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청년들에겐 억울하게 들릴 수 있다. 취업, 결혼 등 여러 삶의 계획들에 조금씩 밀리다 보니 '어쩌다 난임' 아닐까. 출산율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쩌나 난임'일지도.

 

▲ 박지은 기자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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