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고] 이역만리 굳은 땅에 뿌린 고국의 온기…"평화는 기억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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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역만리 굳은 땅에 뿌린 고국의 온기…"평화는 기억에서 시작된다"

KPI뉴스
기사승인 : 2026-03-30 16:00:04
이해학 목사, 우즈베키스탄서 이동휘 선생 후손 묘역 '헌토식' 거행
"과거 희생 잊지 않는 것이 오늘날 전쟁 비극 막는 길" 평화 메시지 전해

봄기운이 완연해진 지난 3월 25일, 우즈베키스탄 호레즘주 우르겐치의 한 묘역. 평생을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해 온 이해학 목사(사단법인 이육사기념사업회 이사장)가 떨리는 손으로 고국에서 가져온 흙을 한 줌 내려놓았다.

 

▲ 이해학 목사(오른쪽)가 지난 3월 25~27일 우즈베키스탄 호레즘주 우르겐치 성재 이동휘 선생 묘역에서 '헌토(獻土) 행사'를 진행했다. [양동균 독자 제공]

 

이곳은 조국 독립을 위해 풍찬노숙을 마다치 않았던 성재 이동휘 선생(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의 가족들이 잠든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고향을 떠나 중앙아시아 척박한 땅으로 강제 이주당해야 했던 고려인들의 한 맺힌 역사가 서린 현장에 비로소 '고국의 온기'가 내려앉았다.

성재 이동휘 선생은 1919년 3·1 운동 이후 조선의 한성정부, 중국의 상해 임시정부, 러시아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를 상해 임시정부로 통합하였고(당시 이승만, 안창호, 이동휘 지도하의 삼각내각 체제), 같은 해 11월 3일 상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하셨다.

이번 방문(3월 23~27일)은 단순한 참배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국가보훈부의 물심양면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현지에 직접 파견되어 행정적 도움을 주신 신지영 현충시설관리과장, 강창석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 등이 동행한 이번 '헌토(獻土) 행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의 이행이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난해 향년 79세로 별세한 이동휘 선생의 손자 이콘스탄틴 님의 간절한 유지를 받든 것이기도 하다. 생전 "부모님 묘소에 고국의 흙을 뿌리는 것이 소원"이라던 후손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뒤늦게나마 응답한 셈이다.

이 목사는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으나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선열들에게 이제라도 고향의 온기를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이 흙은 단순한 토양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존경과 미안함이 담긴 마음의 결정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목사의 이번 행보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동 정세 불안 등 전 세계가 전란의 공포에 휩싸인 시점이기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월 26일 천산산맥의 끝자락인 침간산에 올라 '세계에 만연한 전쟁의 종식과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나아가 '한반도의 통일'을 또한 기원하였다.

 

▲ 이해학 목사 일행이 천산산맥 침간산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양동균 독자 제공]

 

이 목사는 현지에서 강한 평화의 메시지를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예우하는 이유는 과거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전쟁들은 결국 인권과 평화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운동의 정신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 보편의 평화와 자유를 지향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굴곡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시민들과 함께해 온 인물이다.


△ 민주화의 요람: 1973년 성남 주민교회를 설립해 빈민·노동자 운동의 거점으로 키웠으며, 독재 정권에 맞서 수차례 투옥되면서도 민주화의 선봉에 섰다.
△ 소외된 이들의 벗: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며 이주노동자와 소외계층의 권익 향상에 매진해 왔다.
△ 미래를 향한 기억: 현재 이육사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서 독립지사들의 정신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기억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목사는 우르겐치 고려인협회를 찾아 강제 이주의 역경을 견뎌낸 동포들에게 "고려인들의 삶 자체가 살아있는 독립운동의 연장선"이라며 깊은 위로를 건넸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면 비극은 되풀이된다. 이역만리 굳은 땅에 뿌려진 고국의 흙 한 줌은 갈등으로 얼어붙은 국제 사회에 '평화는 곧 기억에서 시작된다'는 엄중한 가르침을 던지고 있다.

양동균 독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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